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전문가들 "물·전기·사람 갖췄다"

정부·삼성·SK하이닉스 800조 투자 구상 공개
전문가들 "용수·전력·인력 잠재력 이미 갖춰"
팹 4기 필요 용수 43만 톤…공급 여력 충분 평가
대학·연구기관 연계 인재·정주 여건 경쟁력 있어

삼성전자·SK 하이닉스. 연합뉴스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서남권 메가프로젝트 투자계획이 확정된 가운데 전남·광주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수와 전력, 인력, 정주 여건 등 핵심 요소가 이미 상당 부분 준비돼 있다"며 "국가 차원의 인프라 설계가 결합하면 서남권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서남권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정부와 기업이 함께 서남권을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새로운 성장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의 후속 행사로 마련됐다.

앞서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전남·광주권을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대규모 투자 구상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800조 원을 투입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인 팹을 각각 2기씩, 모두 4기 구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팹 도입은 전국 어느 지역도 처음부터 완벽한 조건을 갖추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이제는 계획과 가능성 논쟁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전력·용수·부지·인력 확보를 위한 실행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필요용수 43만 톤 수준…현 공급여력·추가 방안 '충분'

정부는 용수 확보와 관련해 하루 65만 톤 규모의 물을 공급하고 추가 수요에도 대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목적댐과 발전용수, 농업용수, 하수 재이용 등 다양한 수자원을 조합하고 도수관로 등 공급망을 신속히 구축해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과 별개로 광주·전남권의 용수 확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김준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광주·전남에는 장성댐과 나주댐, 담양댐, 광주댐 등 4개의 댐이 있다"며 "현재는 농업용수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물관리 기본계획 변경이 마무리되면 공업용수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공장이 필요한 공업용수는 생활용수 재이용과 기존 수자원 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류상완 전남대 소속 광주·전남 반도체 공동연구소 교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팹 10기에 하루 107만 톤 정도의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남·광주는 팹 4기 기준 43만 톤 수준"이라며 "현재 공급 여력과 추가 확보 방안을 고려하면 감당 가능한 규모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등 전력공기관 위치 강점…전력망 구축 중요 기반

전력 인프라 측면에서는 한국전력 본사가 있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도 지역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전을 비롯한 전력 공기업·관련 기관과의 연계가 향후 전력망 구축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광주·전남은 한빛원전 전력 여력과 신장성 변전소, 서남해안 해상풍력·태양광 등 발전 자원에 더해 나주혁신도시의 에너지 공공기관 집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팹 가동에 필요한 것은 단순 발전량이 아니라 안정적인 송전·변전·무정전 공급 체계인 만큼 한전과 지역 에너지 인프라를 어떻게 연계하느냐가 전력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고 송전망·변전소·접속선로 등 계통 인프라를 기업 투자 일정에 맞춰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류 교수는 "전력은 오히려 전남·광주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며 "전남의 전력 자급률은 200%가 넘고 소비량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까지 보내기보다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 반도체 공장에서 쓰는 '지산지소' 방식을 활용하면 송전망 구축에 따른 비용과 시간, 주민 수용성 문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일자리 부족해 인재 유출…양성 체계 갖춰"

인력과 정주 여건도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쟁력으로 거론된다.
 
광주·전남은 전남대와 조선대, GIST, 한국에너지공대 등 지역 대학·연구기관을 기반으로 반도체·AI·에너지 인재 양성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광주에서는 AI영재고와 AI융합대학, 반도체연합공대, AI사관학교, GIST-Arm 스쿨 등이 운영돼 인재 양성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GIST-Arm 스쿨은 5년간 1400명의 반도체 설계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으로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단지를 연계한 실무형 인재 공급망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 교수는 "지역에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 인재들이 수도권이나 해외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지역에서 길러진 인재가 지역에 정주하는 인력 순환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남대와 GIST, 한국에너지공대 등 지역 대학들이 반도체 교육 체계와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고 실제 성과도 만들어지고 있다"며 "지역 대학이 우수한 인력을 교육하고, 그 인력이 현장 경험을 쌓으며 정착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지역 21개 일반대로 구성된 광주·전남지역대학교 총장협의회도 지난 29일 공동성명을 통해 지역 여건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장협의회는 "1950년대 미국의 평범한 시골 과수원이었던 곳이 실리콘밸리가 됐고 악어가 우글거리던 플로리다의 황무지는 세계 최대 테마파크 클러스터로 거듭났다"며 "전남·광주가 대한민국 반도체의 기적을 완성할 '기회의 땅'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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