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인 29일을 넘긴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가 1차에 이어 2차 수정안까지 제시하며 간극 좁히기에 나섰으나 여전히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의 요구안 격차가 1540원에 달해 노사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끝났다. 최임위는 다음달 2일 오후 3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에서 물러난 1차, 2차 수정안을 잇달아 제출하며 접점 찾기에 나섰다.
노조 측은 1차 수정안으로 올해 최저임금인 1만 320원보다 16.0% 인상된 1만 1970원을 냈고, 이어 2차 수정안으로 15.3% 오른 1만 1900원을 제시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1차 수정안에서 0.2% 인상된 1만 340원을, 2차 수정안에서 0.4% 오른 1만 360원을 냈다.
노사 양측이 두 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냈지만, 2차 수정안 기준 양측의 요구액 격차는 여전히 1540원에 이른다. 최초 요구안 격차였던 1680원에서 140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날 수정안 제시에 앞서 진행된 모두발언에서도 노사의 공방은 계속됐다. 노동계는 내수 진작과 실질임금 하락 방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류기섭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은 단순히 최저 비용이 아니고, 최저임금법에는 노동의 가치와 소득분배의 원칙, 복지의 관점이 담겨 있다"며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한국 노동시장에선 소비 여력을 높여 수요를 자극하는 임금인상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제정책"이라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 없이는 지금의 침체한 내수 경제를 다시 움직이기 어렵다"면서 "현재 노사 간 최초 제시안 격차는 1680원인데, 공익위원들도 적극적인 중재와 혜안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미선 부위원장 역시 "노동자의 일자리를 진짜 위협하는 건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다"며 "본질은 노동을 비용으로만 보는 기업의 비인간적인 태도와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는 노동 착취"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경영계의 고질적 '동결' 주장은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노동자가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소상공인의 경영난을 내세워 억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총괄전무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현장에서는 신규 채용을 엄두도 못 내고 기존의 고용 유지조차 버겁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며 "여기서 부담이 가중되면 영세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사업 축소나 폐업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류 총괄전무는 "최저임금 인상의 파급효과는 단순히 노동시장에 머물지 않고, 우리 경제·사회의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현장의 지급 능력과 경제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양옥석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주급, 월급으로 환산하고 주휴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각종 법정수당과 4대 보험, 퇴직금 등을 포함하면 실제 비용은 2배 이상 된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산업현장과 임금체계, 고용구조 등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아울러 "노동계가 대기업 성과급과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저임금 근로자의 박탈감을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가장 큰 박탈감을 느끼는 주체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라며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속에 악전고투하며 현장을 지키는 이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향후 이어질 전원회의에서도 추가 수정안을 제출받으며 합의점을 모색할 예정이다. 노동부 장관의 고시 일정 등을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안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