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부터 홍명보까지…절차 무시한 대가는 '월드컵 패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30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최악의 행정이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한국 축구가 결국 북중미에서 멈춰 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승 2패, 조 3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남긴 채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상의 대진표라는 안팎의 기대는 신기루에 불과했다. 무너진 경기력의 뿌리에는 지난 2년간 한국 축구를 뒤흔든 축구협회의 행정 파탄이 자리 잡고 있다.

예견된 붕괴였다. 시작은 2023년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정관상 감독 선임을 주도하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완전히 무력화했다. 위원들이 위촉되기도 전에 후보군을 추렸고, 최종 면접은 정 회장이 직접 밀실에서 진행했다. 전술 부재와 재택근무 논란을 거듭한 클린스만은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협회는 거액의 잔여 연봉까지 물어내야 했다.

실패의 교훈은 없었다. 후임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은 더 난맥상이었다. 전력강화위가 1순위로 추천한 홍 감독과의 협상을 정 회장이 가로막았다. 외국인 후보를 더 만나보라는 정 회장의 지시에 절차적 정당성이 깨졌다.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임하자, 권한도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불투명한 면접을 주도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실패했던 홍 감독은 그렇게 사상 최초로 월드컵 무대를 두 번 밟는 사령탑이 됐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샜다. 협회는 천안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승인 없이 대출을 받고 보조금을 허위 신청했다. 2023년 3월에는 우루과이전 킥오프 한 시간 전, 비위 행위자 100명을 기습 사면하는 꼼수를 부렸다. 정 회장의 부당한 사면권 행사는 결국 문체부 감사에 걸려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구로 이어졌다. 협회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4월 1심에서 완패했다.

오롯이 월드컵에 집중해야 할 시간 동안 한국 축구는 소송과 갈등의 늪에 빠졌다. 예선부터 흔들리던 홍명보호는 본선에서 한 수 아래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사흘간 타국 경기 결과에 운명을 맡기다 짐을 싸는 수모를 겪었다. 시스템을 관행으로 뭉개고 의사결정을 독점한 협회의 헛발질이 결국 한국 축구를 역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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