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와 대형 회계법인인 삼정회계법인이 재량근로제와 포괄임금제를 앞세워 청년 노동자들에게 과로와 무급 노동을 시킨 위법 실태가 감독 결과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이들 두 사업장에 대한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10억 원을 웃도는 임금체불 등 다수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두 곳 모두 언론 보도와 내부 폭로로 과로 실태가 불거지면서 감독대에 올랐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올해 초 디자이너 등 청년 노동자들이 재량근로제를 이유로 주 7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노동부가 감독에 착수했다.
삼정회계법인의 경우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기업 감사 현장 실무를 총괄하던 30대 회계사 2명이 반년 사이 잇따라 숨지면서 감사철 장시간 노동이 사망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노동부가 감독에 들어갔다.
두 회사의 공통된 법 위반 배경에는 재량근로시간제와 고정 연장근로수당(고정 OT)을 악용한 부실한 근로시간 관리가 자리 잡고 있다.
업무수행 방식을 노동자의 재량에 맡긴다는 명목으로 실제 일한 시간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재량근로제를 운영하더라도 야간과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가산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두 사업장 모두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아이아이컴바인드의 경우, 재량근로자와 비재량근로자를 합쳐 총 4억 3천만 원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넘긴 위반 사례도 115건 적발됐다. 특히 임신 중인 노동자에게 노동부 장관의 인가 없이 야간근로를 시키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근로자에게 연장근로를 지시하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법정 기준보다 적게 부여하는 등 모성보호 규정마저 다수 위반했다.
지난 3월 감사 시즌 중 청년 회계사의 과로사 의혹이 불거졌던 삼정회계법인 역시 상황은 유사했다. 총 2140명의 재량근로자에게 야간·휴일수당 5억 4천 만 원을 지급하지 않는 등 총 6억 3천만 원을 체불했다.
특히 회계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노동부 감독관들이 업무 좌석 예약 기록과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일일이 대조한 끝에 숨겨진 체불액을 찾아냈다. 임신 중인 노동자에게 인가 없이 휴일근로를 시킨 모성보호 위반과,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 등 근로시간 한도 위반 35건도 함께 적발됐다.
노동부는 이들 두 사업장의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지시와 과태료 부과 조치를 내렸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10건의 시정지시와 580만 원의 과태료를, 삼정회계법인은 11건의 시정지시와 14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아울러 실제 근로시간을 기록하지 않아 발생한 위반인 만큼 포괄임금 지도 지침에 따라 제도를 적극 개선하도록 지도했다.
노동부는 장시간 노동과 공짜 노동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이날부터 특별연장근로 및 교대제 활용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장시간 노동 기획감독을 추진한다.
노동부 권창준 차관은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라며 "전문성이라는 명목과 포괄임금이라는 이유로 장시간 노동을 방치하는 사업장은 철저한 감독과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