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가야지' 응원이 고교 스포츠 현장에서 여과없이 분출되면서, 조롱과 혐오, 왜곡된 역사인식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는 배경과 원인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재조명된 '일베/혐오 드립 콘텐츠 알고리즘'이라는 온라인 게시글처럼 논란이 되지 않은 채 넘어가거나 진정성 없는 사과로 무마하면 된다는 인식이 퍼진 것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1020 극우가 온다' 저자 정민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조롱 → 걸림 → 사과문 → 무사히 끝. 이 네 칸짜리 알고리즘이 일베 놀이의 전부"라며 '일베/혐오 드립 콘텐츠 알고리즘' 도식을 공유했다.
이른바 '일베 놀이'가 '게시물에 특정 드립을 숨겨놓는다', '해명문/사과문을 게시한다' 순으로 진행되는데, 이를 무마하고 넘어가는 식의 흐름을 마치 공식화한 것이다.
정민철 부의장은 "걸리면 사과문을 올리고 비난이 가라앉으면 아무 피해 없이 빠져나간다"며 "사과는 반성이 아니라 '무마' 절차다. 그 무마가 먹히는 순간 놀이는 이긴다"고 설명했다.
"학생 선수 진로 막는 낙인은 과도" vs "실질적 제재 없어 혐오 판쳐"
이번 논란은 지난 29일 배재고 야구 선수들이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기에서 광주일고 학생들을 상대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응원을 하며 시작됐다.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일었던 스타벅스코리아의 마케팅을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친 것을 두고, 지역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1일 스포츠공정위를 개최해 배재고에 대한 징계 논의를 하기로 했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체육인의 품위를 심하게 훼손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등을 징계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학생 선수와 더불어 관리·책임이 있는 감독·코치도 심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 자격 정지, 출장 정지 등의 징계가 내려진다.
이번 사태에 대해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쪽은 실질적 제재가 없다면 혐오 표현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광주일고 측은 최근 다른 학교와의 경기에서도 학생들이 지역 비하 발언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당시에도 서울 소재의 한 고교가 혐오 표현을 사용했으며, 광주 동성고, 광주 진흥고 학생들도 그라운드 내 혐오 표현에 시달린 적이 있다는 주장도 온라인상에서 나왔다.
반면, 부적절한 행동이었지만 학생 선수들에 대한 과도한 마녀사냥과 낙인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프로를 꿈꾸는 학생 선수들의 경우 팬 여론에 민감한 구단들이 지명을 꺼리게 되어 진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사태를 배재고만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혐오 표현에 대한 새로운 논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외 사례처럼 지역, 인종, 성 차별 등 혐오 표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자는 것이다.
이에 광주일고 조윤채 야구부 감독은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깨끗한 야구 정신을 바탕으로 정정당당하게 페어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상대 팀을 비하하거나 상처 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배재고는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사과문을 냈으며, 이날 교직원과 야구부 소속 학생·학부모가 광주일고를 직접 방문해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다만, 광주일고 측에서 "학생들이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날 방문은 재고해 달라"고 하면서 방문 시점은 확정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