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상북도지사 "도민께 받은 은혜, 일로 갚겠다"

경상북도 제공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1일 3선 경북도지사 임기를 시작했다. 다음은 이철우 지사의 취임사 전문.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다시 서고 보니, 제일 먼저 고맙다는 말씀부터 드려야겠습니다.
 
저도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정치가 혼돈으로 빠져들어 마음고생이 컸고, 암에 걸려서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저를 위해 많은 분들이 밤낮으로 기도해 주시고, 곳곳에 연등을 걸어주셨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해서 도와주신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다시 한번 섰습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도민 여러분께 받은 마음, 일로 갚겠습니다.

그러면 도지사가 무슨 수로 이 은혜를 갚겠느냐, 한 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도지사는 뭘하는 사람인가. 거창하게 말하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도민들 행복하게 잘살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첫째로, 도청 공무원들과 단합해서 행정 서비스를 잘 해야 합니다.
 
지금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은 기업이고 민간입니다. 행정은 기업과 민간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기관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직원들에게 "도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라" "감방 안 가면 다 해줘라" 하면서 화합해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청렴은 기본입니다. 도청이 청렴하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도지사실 문에 큼지막하게 "변해야 산다" 써붙이고, 도청 앞마당에 공룡뼈 화석을 세워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경북에 미래가 없다고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지난해 드디어 경북도청이 종합청렴도 1등급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깨끗한 조직이 됐습니다.
 
전국 시도청중에 유일한 청렴도 1등급이고, 경북도청이 청렴도 평가를 받은 이래 최초입니다.
 
둘째, 도지사가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예산을 따오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예산 구조가 아직은 중앙정부 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도지사는 중앙부처를 설득하고, 국회를 찾아가고, 필요한 사업을 국가계획에 넣는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제가 처음 도지사로 들어왔던 2018년에 경북 예산이 7조 8천억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말 기준 16조 원 규모로 두 배 이상 커졌습니다.
 
인근 대구도 2018년에는 7조 7천억 원 정도로 우리와 비슷하게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북이 대구보다 4조 원 가까이 많습니다. 해마다 그렇습니다.
 
예산이 곧 일자리입니다. 국비 하나 더 따오면 공사가 생기고, 기업이 들어오고, 기관이 오고, 사람이 움직입니다.

그 과정에서 지역 업체가 일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고, 시군에도 활력이 생깁니다.
 
그 일을 하려고 지난 8년 동안 직원들과 함께 죽도록 일했습니다.

셋째, 지역을 어떻게 홍보하고 키울 것인가도 중요한 일입니다.
 
제가 경북에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겠다고 선언하니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인천에 비해 호텔, 컨벤션 시설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제가 최종 PT에서 "잠자러 옵니까" 한마디로 심사위원들을 설득해서 유치해 냈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빈틈없이 준비하려고, 제가 경주에서 한 달을 살았습니다. 항암제를 맞으면서도 버티고 체크리스트 1천개를 들고 직접 점검하고 다녔습니다.
 
의료진들은 "일하면 안된다"고 걱정하고 주위 분들은 "그러다 죽는다"고 말렸습니다. 공직자가 일하다 죽으면 그보다 큰 영광이 없습니다. 그래서 죽도록 일했는데, 그래도 죽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시진핑, 젠슨황 등이 활약한 경주의 놀라운 시간들이 우리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APEC 정상회의는 역대 최고로 성공을 거뒀고, 이제 세계 속에 경북과 경주가 있습니다. 경주는 관광객이 넘쳐날 정도가 되었습니다.

넷째,  도민들이 따뜻하게 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경북은 농도인데, 농사 짓고 사는 분들의 생산성을 어떻게 높이고, 어떻게 더 잘살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농업대전환을 추진했습니다. 지주를 주주로, 연세 높은 어르신들은 땅을 빌려주고 배당을 받는 방식으로, 땅을 대규모로 100헥타르씩 모아서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청년농업인들이 과학적인 영농으로 2모작, 3모작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농업생산과 소득이 2배, 3배씩 올랐습니다.
 
봉화 재산면에는 수박과 토마토 2모작으로 농가 평균 4억원 이상의 매출을 냈습니다. 떠나갔던 자식들이 돌아오고 마을에 아이가 태어나고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정부가 농업대전환의 성과에 놀라서 국책사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경북이 전국의 모범이 되도록 했습니다.

다섯째, 저출생 대응입니다. 저출생은 전쟁보다 무섭습니다. 인구를 지키려면 매년 70만명이 태어나야 하는데 지금 25만명밖에 안 태어납니다.

해마다 40만명이 넘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전쟁도 이보다 참혹하지 않습니다.
 
우리 경북은 이 땅에 통일된 나라를 만들고, 질서를 잡고, 지켜내고, 잘살게 한 주역입니다. 그것이 경북의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정신입니다.
 
저출생으로 나라 망하게 생겼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경북이 제일 먼저 나서서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잘 안 되던 문제에 대해 경북이 새로운 방식을 만들었습니다.
 
청년들에게 짝을 만날 기회를 만들고, K보듬 6000 등 돌봄과 육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그것이 나라 전체로 확산되었고, 출산율이 반등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여섯째, 도지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민의 안전입니다.
 
우리 경북에 산사태, 홍수, 산불 등 대형 재난이 많아 너무 가슴 아픕니다. 산사태나 홍수 같은 재난은 미리 막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 때문에 대비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생각과 방향을 바꿨습니다. 사전 대비와 재난 대응도 철저히 해야겠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미리 '대피'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래서 경북형 주민대피 시스템, 'K-마 어서대피'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마을 이장님들, 마을순찰대, 공무원, 경찰, 소방이 함께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마을마다 대피소를 정하고, 주민대피협의체도 만들었습니다.
 
여러 차례 가동됐고, 수천 명의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위험한 순간에 주민들을 업고, 부축하고, 전화로 일일이 확인하면서 인명피해를 막았습니다. 'K-마 어서대피'는 정부로부터 대통령상을 받았고, 전국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일해 보답해 왔는데 앞으로 무엇을 해서 도민들에게 은혜를 갚겠느냐,
 
첫째, 대구경북 행정통합 꼭 해야 합니다.
 
제가 앞서 말했던 이런 일들을 해보니 중앙정부 대 지방정부, 수도권 대 비수도권 너무 차이가 나서 힘들었습니다.
 
왜 중앙에서 내려주는 것만 가지고 해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결국 지방이 새롭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구와 경북이 다시 통합을 해서 각종 권한을 위임받고, 재정을 확보하자는 생각으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추진했습니다.
 
도지사 취임하고 1년 6개월만에 정리해서 추진했는데, 그동안 코로나와 계엄선포에 막혔고, 이번에 둘도 없는 기회였는데 민주당이 선거 한번 이겨보겠다고 안 해줬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추진해야 합니다. 대구경북이 인구 500만, 총생산 200조원이 넘습니다.
"한 나라처럼 운영"해서 글로벌 경제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통합해야 합니다.
 
둘째, 통합신공항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냉전이 끝나고 자유무역이 시작된 1990년대 이후, 세계는 공항을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대형 국제공항이 있는 수도권에는 사람도 모이고, 기업도 모이고, 투자도 계속 일어났습니다.
 
반면에 지방은 세계와 바로 연결되는 길이 부족했습니다.

좋은 기업이 있어도, 좋은 산업 기반이 있어도, 사람과 물류가 세계로 바로 나가지 못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이제 대구경북도 세계와 곧바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통합신공항을 만들고 영일만 신항만을 키워서 세계 경제와 곧바로 연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공항을 만들려고 어렵게 길을 열어왔습니다.

경북은 군위를 대구에 편입시키는 결단을 했습니다. 생니를 뽑는 심정으로 한 결단이었습니다. 그 덕에 통합신공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속도입니다.

세계 물류와 산업의 흐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가덕도도 가고 있고, 다른 지역도 뛰고 있습니다.
 
지도자는 과감하게 결단하고 뚝심으로 밀어부쳐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셋째, 새로운 시대를 위한 지식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로봇이 일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기계에 뛰어난 두뇌를 만들어주는 일이고, 피지컬AI는 그 두뇌가 기계을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제조, 농업, 생활 속 모든 서비스와 모든 산업에 AI를 입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미국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스티브잡스, 일론머스크, 젠슨황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30년도 안 된 기업과 산업이 최고에 올라섭니다.
 
코스피가 9천까지 올라서 시가총액 전체가 7천조원이 됐지만, 엔비디아(7,500조원) 하나보다 적습니다. 우리도 하루빨리 지식산업, 창조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경북은 과학기술자를 키우고 있습니다. 'K-탑티어 석박사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최대 5년 동안 매월 500만 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원합니다. 'K-과학자마을'도 만들어 석학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기술로 창업하고, 연구로 창업해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공하는 새로운 지식산업, 창조산업의 길을 경북이 앞장서서 열어가겠습니다.

넷째, AI 이후의 세상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 사업이 AI로 바뀌고 일은 로봇이 하게 되면, 인간은 무병장수가 목표가 되는 새로운 시대가 옵니다. 저는 그것을 '5차산업'시대라 부릅니다.
 
5차산업 시대에는 사람은 무엇을 먹고, 어디서 쉬고,  어떻게 즐기며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해집니다.
 
먹고, 놀고, 즐기는 산업입니다. 경북은 이 일을 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식품한류산업국'을 새로 만듭니다. 경북이 가진 동해안, 낙동강, 백두대간과 역사문화자원, 종가문화와 선비문화, 고택과 음식, 축제와 자연을 잘 엮으면 관광이 되고, 창업이 되고, 일자리가 됩니다.
 
주거 문제도 중요합니다. 5차산업 시대에는 쾌적한 곳에서 건강하게 살고싶어 합니다. 경북은 천년주택 같은 새로운 시도를 더 넓혀가야 합니다.
 
AI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찾아오고, 머물고, 살고 싶은 경북을 만드는 것. 그것이 경북이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미래입니다.

그리고, 도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잘 모셔야 합니다.
 
특히 어르신들께서 홀로 어렵게 지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식들은 도시로 나가고, 마을에 어르신들만 남아 계십니다.
 
몸이 불편해도 참고 지내시고, 끼니도 대충 때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르신 건강밥상'을 해보려고 합니다. 어르신들이 하루 한 끼라도 따뜻하고 영양 있는 식사를 드실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밥 한 끼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어르신들에게는 건강이고, 안부이고, 외로움을 덜어드리는 일입니다.
 
마을회관, 경로당, 지역 식당, 도시락 배달 같은 방식을 잘 엮으면 경북에서 충분히 해볼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쓰면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고, 조리와 배달을 맡을 일자리도 생깁니다. 거창한 말보다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제대로 된 복지를 해보겠습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박정희 대통령께서 받아낸 대일청구권 자금 3억 달러는 당시 우리나라의 1년치 예산과 맞먹는 규모였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700조원이 넘는 돈입니다.
 
그 당시에도 그걸 나눠 먹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갖은 반대에도 무릅쓰고 포항제철을 만들고, 경부고속도로를 놓고, 소양강댐을 만들었습니다.
 
농업용수와 철도, 항만, 산업 기반에도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과학기술이 나라의 미래라고 보고 KIST를 만들고, 해외에 있던 과학자들을 불러들였습니다. 나라의 기본,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미래를 보고 투자했기 때문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를 나눠 먹기 식으로 운영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 광주에 800조를 가져간다, 어디에 얼마를 가져간다, 이런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 말에 경북이 흔들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준비하면 됩니다. 통합신공항을 만들고, 영일만항을 키우고, 구미 반도체와 포항 배터리, 경주 SMR, 안동 바이오를 제대로 엮어가면 됩니다.
 
과학자를 키우고, 청년이 창업하고,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기반을 하나씩 만들어가면 됩니다. 그렇게 준비하면 경북의 시대도 반드시 옵니다.
 
도민 여러분,

저는 한 번 꺾였다가 다시 일어났습니다. 도민 여러분께서 저를 다시 세워주셨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다시 얻은 삶입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죽도록 일해서, 경북을, 대한민국을 정말 활짝 피도록 만들겠습니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그때 경북이 참 잘 준비했다."
"그때 경북이 나라의 길을 다시 열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도민 여러분께 받은 은혜, 일로 갚겠습니다. 다시 얻은 이 삶을 경북과 대한민국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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