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300억 공공공사 낙찰제 개편…'가격' 대신 기술력 평가 강화

조달청 제공

정부가 공공공사 입찰에서 사실상 '가격 맞추기' 경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낙찰제도를 손질한다.

앞으로는 평균가격에 맞춰 입찰하는 방식 대신 실제 시공능력과 기술력을 중심으로 낙찰자를 선정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는 1일 허장 2차관 주재로 '2026년 제2차 조달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공공공사 낙찰제도 합리화 △국가계약 분쟁사례를 반영한 제도개선 △자체발주기관 시정점검 결과 등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공사비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공공공사의 낙찰방식을 현행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에서 '기술형 적격심사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는 낮은 가격으로 입찰한 자부터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해 일정 점수를 통과할 경우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중소 건설사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0년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여러 업체가 동일한 가격으로 입찰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실제 기술력보다 가격 산정 방식에 의존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조달청 발주 공사의 동일가격 투찰 비율은 2020년 0.9%에서 올해 3월 68.96%까지 크게 늘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평균 투찰가격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던 가격평가 방식을 폐지하고, 낮은 가격으로 입찰한 업체부터 계약이행 능력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다만 무리한 저가 입찰을 막기 위해 공사 내역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고 일부 공종은 낙찰률 산정 대상에서 제외한다.

기술력 평가도 한층 강화된다. 공사 난이도에 따라 시공실적 평가를 차등 적용하고, 현장에 배치되는 안전·품질 기술자의 경력 평가를 의무화해 실제 시공 역량을 보다 충실히 반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입찰자격 사실조사 대상도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공사까지 확대한다. 시범 운영에서는 103개 업체를 조사해 11개 부적격 업체를 적발했으며, 조사 이후 입찰 참가 업체 수가 평균 37%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정부는 국가계약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분쟁을 줄이기 위한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소프트웨어 사업은 과업내용이나 규격이 변경되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물품 구매계약에 설치공사가 포함된 경우에는 물량내역서 교부를 의무화한다.

또 계약 지연에 발주기관의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지체상금을 감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발주기관이 표준품셈 등 기준가격보다 낮은 단가를 적용할 경우 그 사유를 입찰 단계에서 공개하도록 했다. 기술형 입찰 공사는 입찰안내서 설명회도 의무화해 기업 의견을 사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자체 입찰을 실시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다. 올해 5월 말까지 3만 17건의 입찰공고를 점검한 결과 1252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고, 이 가운데 96.4%인 1207건이 시정됐다. 주요 위반 사례는 법정 공고기간 미준수(649건, 51.8%)와 입찰참가자격 설정 위반(488건, 39.0%)이었다.

정부는 앞으로 나라장터에서 공고기간이 법정 기준에 미달하면 등록 자체를 제한하고, 입찰공고의 법령 위반 여부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도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허장 2차관은 "개선 방안을 통해 공공공사 입찰 환경이 역량 중심의 공정하고 건강한 생태계로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면서 "특히 계약분쟁 현장에서 제기된 불합리한 관행을 계약제도 개선으로 연결한 것은 공공조달 참여자들의 편의를 높이는 것은 물론 공정한 계약환경 구축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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