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강진이 강타한 베네수엘라의 실제 피해 규모가 당국 공식 집계를 훨씬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베네수엘라 강진에 잔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사망자는 1943명, 부상자는 1만 571명이다. 여기에 수만 명이 실종 상태인 만큼 인명 피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피해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유럽우주국(ESA)의 위성이 촬영한 고해상도 레이더 영상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피해 지역에서는 약 5만 8870채의 건물이 파손되거나 붕괴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표면의 급격한 변화가 확인됐다. 이는 지진 피해와 일치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표한 피해 규모와 큰 차이가 난다. 앞서 29일 호르헤 로드리게스 국회의장은 "건물 855채가 피해를 입었다"며 "이 중 189채는 완전히 붕괴됐다"고 밝혔다. NASA가 추정한 피해 규모는 해당 집계의 약 69배에 달한다.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는 자원봉사자도 NASA의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구조 지원을 위해 라과이라를 찾은 니콜라스 세라토씨는 "NASA의 추정치가 내가 현장에서 본 상황과 대체로 일치한다"며 "멀쩡한 건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구조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건물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베네수엘라 중북부 몬탈반 인근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어 1분도 지나지 않아 45㎞ 떨어진 곳에서 7.5 규모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
국제 사회의 구호 손길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재난 지역으로 선포된 라과이라에는 세계 각국에서 보낸 구호물자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월드센트럴키친(WCK)은 이동식 급식 차량을 운영, 베네수엘라 곳곳을 누비며 이재민의 식사를 챙기고 있다. 의료진과 의대생으로 이뤄진 '분홍 여단(Pink Brigade)'은 대피소를 돌며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의약품을 지원 중이다. 멕시코, 엘살바도르, 이탈리아 등에서 건너온 해외 의료진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원이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 1일 "100만 달러(약 15억 원)의 구호 성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도 같은 날 피해 아동과 가족을 위한 긴급 인도적 지원에 약 5억 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규모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현재 베네수엘라의 의료 시설들은 수용 능력을 넘어선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지진 이전 예방 접종률이 낮았던 탓에 홍역, 디프테리아, 황열, 말라리아, 뎅기열 등의 확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