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 의혹 시설 핵심 인력 공석…치료사·촉탁의 '0명'

기준 26명에 21명…세종시도 "관내 시설 다 마찬가지"

학대 의혹이 불거진 장애인 거주 시설. 해당 시설 누리집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이 학대 의혹 사건 이후 의료지원과 건강관리 강화를 약속했지만, 정작 이를 떠받칠 핵심 인력은 1년 넘게 채워지지 않고 있다.

대전CBS가 확보한 종사자 현황 자료를 보면, 이 시설의 현재 종사원 수는 21명으로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이 정한 기준 종사원 수 26명에 5명 못 미친다. 직종별로는 치료사와 위생원, 촉탁의, 사무원이 각각 기준 1명씩인데도 모두 비어 있고, 생활지도원도 기준 15명에서 1명 부족한 14명으로 나타났다.

시설장과 사무국장, 사회재활교사, 영양사, 간호사, 조리원은 기준 인원을 채우고 있다.

이 시설에서는 지난해 1월 40대 중증 지적장애인 입소자가 갈비뼈 6개 골절과 척추 압박골절, 혈흉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는 학대 의혹 사건이 발생했다.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신체적 학대로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세종시는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보고 시설에 개선명령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경찰은 가해자를 특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입건 전 조사 종결로 마무리했지만, 이후 수사 절차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현재 세종경찰청 강력마약수사대가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있다.

시설은 이에 따라 올해 3월 운영 개선 계획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골다공증 및 골감소증 등으로 인해 경미한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 연계와 정기적인 건강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이런 의료지원 강화를 실제로 맡아야 할 치료사와 촉탁의가 이 자료가 확보된 시점까지도 모두 빈자리라는 점이다.

세종시는 이런 공석이 해당 시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관내 장애인 거주시설 대부분이 인력 부족을 겪고 있고, 인력을 모집해도 지원자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촉탁의 채용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언급하며 "의사들이 그 월급 가지고 여기까지 오는 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 개선 계획서에서 약속한 의료지원 강화가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도 의문이 남는다. 의료 강화 계획이 문서로는 작성됐지만, 실제 완성 여부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력 충원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가운데, 이 인력 부족은 다른 재발 방지 대책의 이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설이 세종시에 제출한 지난 5월 이행현황을 보면, 사무국장 주관 생활지원팀 정기회의 등 일부 계획이 "여성생활지원팀은 퇴사자 발생 이후 결원이 충원되지 않아 인력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거듭 다음 달로 미뤄졌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은 장애인 거주시설의 종류별 설치·운영기준에 따라 시설장과 사무국장, 사회재활교사, 치료사 등 직종별 배치 기준 인원을 따로 정해두고 있다. 입소 장애인의 의료·재활·생활지원이 끊김 없이 이뤄지도록 두는 최소 기준인 만큼, 기준 미달 운영이 길어질수록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시설 평가지표에서도 촉탁의의 정기적인 진료·자문 활동 여부를 별도로 점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시설은 평가의 전제가 되는 촉탁의 자체가 없는 상태다.

해당 시설에는 현재 28명이 입소해 있고, 이 가운데 23명이 지적장애인이다. 의사소통이 제한적인 중증 지적장애인이 다수인 시설에서 건강관리와 의료지원을 담당할 인력이 1년 넘게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재발 방지 대책의 실효성을 다시 따져보게 하는 대목이다.

세종시는 시설의 이행현황을 매달 제출받아 점검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인력 공백 자체를 해소할 구체적인 시한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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