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있으면 이렇게 허술했겠나" 청년들이 본 선관위 사태

2030 청년들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 물어
21명 중 14명 "부정 아닌 부실선거" 의견
과거 선관위 논란 누적…"부정 의심" 반응도

6·3 지방선거 당시 잠실 개표소로 사용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28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봉쇄 시위 참가자들이 우산을 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집회 초반 청년층의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이들이 '부정선거론'을 주도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만난 2030 세대의 생각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2일 CBS노컷뉴스가 청년 21명을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14명은 선거 결과 조작보다는 선거관리 실패에 무게를 두며 '부실선거'에 가깝다고 답했다. 반면 나머지 7명은 과거부터 이어진 각종 논란을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조작 증거는 부족"…선관위 책임엔 한목소리

 '부실선거'라고 답한 청년들은 선관위의 책임은 분명하지만, 의도적인 개입이나 조작을 단정할 만한 증거가 아직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행정 실패와 선거 조작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학교 휴학 중인 현건하(22)씨는 "너무 부실하다 보니 외려 부정선거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정말 의도했다면 이렇게 허술하게 했을 리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민준(20)씨도 "부정선거는 선관위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럴 능력도 의도도 없어 보였다"고 꼬집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만난 박나한(20)씨는 "추가 증거가 나온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부실선거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만난 대학생 전모(23)씨, 익명을 요청한 대학생 고모(20)씨, 직장인 이모(30)씨도 "선관위 잘못은 명백하지만 특정 세력 개입을 입증할 근거는 없다"는 취지로 입을 모았다.
 

"과거 논란까지 누적"…일부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

반면 일부 청년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혼란뿐 아니라 과거부터 제기돼 온 여러 논란이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 중인 정유화(26)씨는 "이번 한 번만이 아니라 예전부터 논란이 계속 있었고, 그런 의혹이 쌓여 부정선거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보민(20)씨는 "다시 투표하면 되는 일인데 정부나 언론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며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장준성(28)씨도 "학교 선거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한 일은 거의 없는데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단순한 미흡을 넘어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모(20)씨는 "국민의힘 득표가 많았던 지역에서만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것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집회 장기화엔 우려 목소리…청년 정치 참여는 긍정적

최근 올림픽공원 집회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도 일부 나왔다. 직장인 이모(30)씨는 "부실선거를 규탄하는 취지 자체는 동의한다"면서도 "일부 정치세력이 목소리를 주도하면서 본질이 퇴색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박나한(20)씨도 "참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집회에 나가는 것은 이해하지만,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이어지면 의미가 변질될 수 있다"고 했다.
 
집회를 둘러싼 여러 우려와 별개로, 청년들의 정치 참여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부실선거로 본 이현진(24)씨는 "젊은 사람들이 직접 의견을 내기 시작한 만큼 정치권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입장은 다르더라도 선관위의 부실한 대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생 A씨 역시 "예전보다 2030 세대가 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라며 "집회의 목적과 방향이 분명하다면 청년들이 참여하는 의미 있는 집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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