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의 범행 목적 분석에 활용됐던 개인 물품들이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에 의해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광주지검 등에 따르면 '여고생 살인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 5월 8일 장윤기가 홀로 거주하던 광주 광산구의 한 원룸을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정리했다.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을 통해 주요 증거물을 확보한 뒤였기 때문에 해당 원룸에 대한 별도 보존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장윤기의 아버지는 아들의 원룸에 있던 물건을 모두 치웠고 이 과정에서 가슴과 목 부위가 집중적으로 훼손된 성인용품 리얼돌도 여러 조각으로 해체해 폐기했다.
경찰은 리얼돌에서 채취한 장윤기의 유전자정보, DNA와 감식 보고서, 훼손 상태를 촬영한 영상 등을 확보한 만큼 부피가 큰 실물까지 증거물로 수거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리얼돌을 원룸에 그대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비정상적으로 훼손된 리얼돌 등을 주요 근거로 장윤기에게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되는 강간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실물 리얼돌은 이미 폐기된 상태였기 때문에 재판에는 경찰이 촬영한 영상 등 관련 자료만 증거로 제출됐다.
또 장윤기의 아버지는 장윤기가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 사용했던 구형 일반 휴대전화, 이른바 피처폰 여러 대도 소각해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기의 부모는 아들이 구속된 뒤 전남의 한 농촌 마을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이곳에서 다른 폐기물과 함께 휴대전화를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증거 제출이 사실은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친족은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특례 조항을 고려해 장윤기의 부모를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 중간 간부급인 장윤기의 아버지는 이번 사건 이후 휴직 중이다.
검찰은 장윤기의 범행에 납치와 성폭행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범행 도구로 지목된 SUV, 즉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역시 초기 수사 단계에서 가족에게 인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SUV 내부에는 차량용 블랙박스 메모리카드가 숨겨져 있었고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장윤기의 범행 전 행적이 담긴 해당 메모리카드를 압수했다.
이 메모리카드에는 과거 장윤기의 성적 관심사 등 사적인 대화 내용이 담겨 있었고 검찰은 이를 범행 목적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로 판단해 재판에 제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다행히 경찰 수사에서 압수되지 않았던 증거들이 검찰의 보완수사로 확인해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또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곧바로 처벌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며 "'친족특례' 규정도 시대적 흐름에 맞춰 개선돼야 할 부분이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여고생을 성폭행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여의치 않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장은 피해자를 도우려던 현장에 갔던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려 부상을 입혔다.
이와 함께 장윤기는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베트남 국적의 26살 여성 A씨를 상대로 스토킹과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