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는 실종, 표 대결만 남았다…부산시의회 여야, 의장단 놓고 전면전(종합)

부산시의회 본회의. 부산시의회 제공

정견발표·상임위원장 배분 놓고 끝내 결렬

제10대 부산시의회 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의장과 일부 상임위원장 선출이 표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협치를 강조하던 여야는 원 구성 협상 막판까지 평행선을 달리다 결국 정면 충돌을 택했다.

부산시의회 전체 48석 가운데 국민의힘은 37석, 더불어민주당은 11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제2부의장을 제외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모두 가져가기로 결정했고, 민주당은 해양도시안전위원장과 건설교통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2석 배분을 요구하며 맞섰다.

양측은 물밑 협상을 이어갔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이날 의장과 해도위원장, 건교위원장 후보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 "44% 민심 무시한 독식 안 돼"

민주당 소속 시의원 11명은 2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전석을 특정 정당이 차지하는 것은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외면하는 일"이라며 "독식이 아닌 협치의 시의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11명은 2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부산시의회 제공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 비례대표 선거에서 얻은 44.27%의 득표율을 근거로 들며 "11명의 민주당 시의원 역시 시민의 선택으로 의회에 진출했다"며 "이는 견제와 균형, 협치를 통해 부산의 미래를 함께 만들라는 시민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특히 부산시의회 규정상 의장과 부의장 후보만 본회의장에서 정견발표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의장 후보를 냈다고 설명했다.

한갑용 민주당 원내대표는 "소수당의 목소리와 협치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의장 후보를 냈다"며 "정견발표 기회만 보장된다면 후보를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국민의힘에 전달했지만 협의가 불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에서도 후보들의 정견 발표 등 최소한의 의견 개진 기회는 보장돼야 한다"며 "공정한 경선을 치르고 결과에는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협치 흔든 건 민주당…안정적 의회 운영 우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의장 후보 출마가 협의 과정을 깨뜨렸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종철 부산시의회 원내대표(왼쪽)와 한갑용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각 정당 제공

국민의힘은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소속 의원 37명 전원이 참석한 의원총회를 열고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거를 앞둔 내부 결속을 다졌다. 또 강무길 의장 후보에게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은 제2부의장 선임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박종철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만한 원 구성을 위해 대화와 협의를 이어왔지만 민주당이 협의 과정에 논의되지 않은 의장 후보를 전격 출마시키면서 경선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간 신뢰를 바탕으로 협의를 이어오던 상황에서 의장 후보 출마는 협치 정신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협치는 기자회견에서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과 신뢰를 지키는 실천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원 구성은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의회 운영의 출발점"이라며 "책임 있는 다수당으로서 안정적인 의회 운영과 부산 발전을 위한 정책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표 단속 들어간 여야…본회의장 '11대 37' 맞대결

민주당은 기자회견 직후 의장과 해도위원장, 건교위원장 후보 등록을 마치고 단일대오 유지에 뜻을 모았다.

국민의힘 역시 의원총회를 통해 이탈표 방지와 내부 결속에 나서면서 사실상 본회의장 표 대결 채비를 마쳤다.

의석 구조상 국민의힘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모두 가져갈 가능성이 크지만, 민주당은 본회의장에서 소수당의 목소리와 협치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직접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전재수 시정 출범 직후부터 냉기류

이번 갈등은 민선 9기 전재수 부산시정 출범과 맞물리며 부산시와 시의회 관계에도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시의회 의장 후보인 강무길 의원은 당초 전재수 시장이 취임 첫날 주재한 '부산민생 100일 비상조치 대책회의'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민주당이 의장 후보와 일부 상임위원장 후보를 내겠다고 발표한 이후 불참으로 입장을 바꿨다.

전재수 부산시장(왼쪽)과 국민의힘 강무길 의장 후보. 각 정당 제공

이후 강 의원은 전재수 시장과 홍순헌 정책협치특보의 전화번호를 수신거부 목록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 감정 대립 양상까지 드러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원 구성 파행과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경우 향후 인사와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시정과 시의회 간 협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민선 9기 부산시정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시정-시의회 관계가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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