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보장요구가 미국과의 종전협상의 진전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실무협상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의 동결자금 해제 제안에도 이란이 연 400억 달러(약 62조원)로 예상되는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 주장을 포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양국 실무 협상 분위기를 전하며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보상을 제시했지만, 이란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 등은 중재국들을 통한 간접 협상에서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포기하고 통행료 징수 입장을 철회하는 대신 동결 자금 가운데 수십억 달러를 받으라는 제안을 내놨다.
미국은 앞서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전 세계에 동결된 이란 자금 1천억 달러(약 155조원) 가운데 카타르에 있는 60억 달러(약 9조원)를 인도주의 물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않으면서 해당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WSJ은 부연했다.
이란은 미국 측 제안에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란 실무협상단을 이끈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부 차관은 도하에서 돌아온 뒤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이 아닌 이란의 지휘 아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 안비야 중앙사령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모든 유조선과 상선은 "지정 항로를 이탈하거나 항행 규정을 무시하는 경우 즉각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협상 교착은 해상 물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하루 선박 통행량은 지난 1일 기준으로 43척으로, 일주일 전 75척에서 크게 줄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이란과 함께 논의 중인 오만은 자발적인 기부금을 통해 호르무즈 해상 서비스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삼고, 석유·해운 회사에 기부금 분담 의향이 있는지 묻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란은 자발적 기부금은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이 내는 수수료와는 다르다며 반대해 왔다.
런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이란은 자국 조건에 맞춰 해협을 개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 방안이 결과적으로는 이란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우회적인 통행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