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대(對) EU 무역 흑자를 줄일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양측은 10월까지를 시한으로 정하고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을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하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주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중국은 EU로부터 얻은 막대한 무역 흑자를 줄일 방안을 모색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최근 양측 간 무역·투자 메커니즘 회의에서 마로슈 셰프초비치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에게 "중국이 유럽산 상품에 대한 구매 협정을 고려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중국의 상품 수출은 유지하되 유럽 기업들에게 더 시장을 개방해 수입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중국 상무부는 2일 양측이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무역을 위한 합의를 도출했다"며 "인공지능(AI)과 녹색 전환 등 새로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EU가 중국을 겨냥해 무역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EU는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에 맞서 역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일부는 실행에 옮기고 있다.
EU는 지난 1일 철강 수입에 대한 무관세 할당량을 47% 줄이기로 결정했다.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지 않은 중국의 무관세 할당량은 기존의 약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했다. 할당량을 초과한 물량의 관세는 25%에서 50%로 두 배로 올랐다.
EU는 또 텔레비전 리모컨 등 가정용 기기에 사용되는 일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독일이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국이 한발 물러서게 된 이유로 분석된다.
경제활성화 방안을 담은 독일 정부 문서에는 "유럽 차원에서 반덤핑 및 반보조금 조치를 더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적용함으로써 불공정 경쟁으로부터 강력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EU는 세이프가드 활용을 넘어 특정 국가(중국)의 전체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무역 규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 폭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전년 대비 15% 증가한 3600억 유로(약 634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루 10억 유로(약 1조7천억원)꼴로 무역 적자가 쌓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은 EU의 무역 적자는 중국 첨단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며, 연구·개발(R&D) 투자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EU 측의 노력이 게을렀다고 반박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