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만 욕하면 끝? 한국 축구가 일본에 뒤처진 이유[씨리얼]

■ 방송 : 유튜브 CBS 씨리얼 '뉴스 지나갑니다'
■ 진행 : CBS 윤지나 기자
■ 대담 : 서형욱 축구 해설위원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 이제 저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습니다". (2024년 7월 10일 대표팀 선임 관련 기자회견 中 홍명보 당시 울산HD 감독 발언)

아무도 버리라 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버렸다던 홍명보 감독. 그런데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결과를 놓고 보면,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팀을 버린 듯합니다.

홍명보 감독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좌절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든 채 귀국하던 홍명보 감독에게 쏟아진 건 박수 대신 "홍명보 나가"라는 축구팬들의 분노 섞인 원성뿐이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CBS 씨리얼 <뉴스 지나갑니다>는 20년 넘게 한국 축구를 바라봐온 축구 저널리스트 서형욱 해설위원과 함께 그 이유를 짚어봤습니다.


정말 이게 다 홍명보 때문일까?

 
◆ 윤지나>전술상의 문제가 엄청나게 지적이 되더라고요. 쓰리백, 그놈의 쓰리백 이런 얘기가 지금 나올 정도인데요. 결국 전술을 쓴 사람이 홍명보 감독이기 때문에 지금 비판의 포인트가 홍명보 감독에게 몰려 있는 분위기인데요. 그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 서형욱>한국 경기를 제외하면 모든 대회에서 일본 경기 시청률이 가장 높습니다. 원래는 사람들이 망해라 망해라 하면서 보는 거거든요 일본 경기를. 그런데 일본이 32강에서 대진 운이 안 좋아서 브라질을 만났어요. 그래서 탈락을 했는데 브라질을 상대로 일본이 보여줬던 쓰리백의 완성도는, 충분히 아시아 팀들도 쓰리백으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 윤지나>쓰리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쓰리백을 어떻게 쓰느냐, 유기적으로 전술을 어떻게 운영하느냐 하는 면에서 일본이 확실히 나은 모습을 보여준 거네요.


◇ 서형욱>1년 전까지 우리는 포백 팀이었어요. 그 전 대회도 벤투 감독이 팀 만들었을 때도 포백이었고, 홍명보 감독이 와서 예선전을 치를 때 포백이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막상 시간적인 여유도 그렇고 선수들의 어떤 적응도 그렇고 고작 1년이란 시간 동안 왜 그런 시도를 했는지 그런 의문만 남아 있는 결론이 됐기 때문에 그게 좀 굉장히 좀 아쉽고요.

◆ 윤지나>저는 대학 시절에 2002년 월드컵을 봤거든요. 진짜 열광했던 기억이 나고 그때 홍명보의 리즈 시절이 저는 정말 슬로우 모션으로 기억이 나요. 골을 넣은 다음에 생머리를 찰랑찰랑 흔들리면 이렇게 세레니를 했던 것.

◇ 서형욱>선수와 지도자는 엄연히 아예 다른 직업이거든요. 선수를 했던 경험이 지도자라는 직업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선수를 잘했다고 지도자를 잘할 수는 없는데 그 구분이 잘 안되는 시대가 좀 길었어요. 우리나라는 여전히 감독으로서의 가능성보다 좋은 선수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이 감독직을 잘 얻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축구 감독 선임 과정의 '고질병'?


◆ 윤지나>왜 그런 거예요? 히딩크 감독도 그렇게 대단한 선수는 아니었다고 알고 있거든요.

◇ 서형욱>외국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국내 지도자들이 인정을 잘 안 합니다. 외국인 감독을 반대할 때 늘 했던 얘기가 뭐가 있냐면 한국 축구 파악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국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다. 굉장히 편협한 반대를 하기 위한 반대거든요.

그런데 구스타보 포옛이라는 우루과이 감독이 (전북현대에) 와서 K리그에 오자마자 처음 한 달 정도 좀 고생을 했고요. 곧바로 감 잡고 바로 그 시즌 우승을 했습니다. 외국인 감독이라고 해서 파악이 어렵고 이런 것은 핑계일 뿐인데 그런 논리를 대면서 외국인 감독을 반대를 했었던 겁니다.

홍명보 감독 선임하면서 이임생 당시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라볼피아나니 이런 얘기를 한 것도 그 자체가 틀린 건 아니에요. 그런데 사실 홍명보 감독이 라볼피아나를 중시하는 전술을 팀에서 썼던 것도 아니고 우리 대표팀이 그 전술을 쓸 것도 아닌데 뭔가 벼락치기 공부를 해서 얘기하는 것 같이 입에 안 붙는 느낌을 줬거든요. 그 출발점부터 의구심이 생겼던 거죠.

◆ 윤지나>홍명보 감독이 이제 울산 현대 감독직을 이제 안녕하면서 '나는 죽었다' 이런 또 명언을 남겼잖아요.

◇ 서형욱>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그런 거예요. 아무도 묻지 않았고 이제 더 이상 그런 류의 희생을 바라지 않습니다. 성적을 내길 바랄 뿐이고 확실하게 리더십을 가져가기를 바랄 뿐이죠.

◆ 윤지나>지금 사실 가장 표면에 있는 거는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일 것입니다.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는 그 과정, 왜 꼭 이 사람이어야 했는가 전반적으로 좀 문제가 있어 보이거든요.

◇ 서형욱>좀 오래된 얘기지만 사실 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던 것 같아요. 대한축구협회에서 '공정하게 뽑겠다'라고 선언을 해버려요. 그런데 스스로 그걸 어기게 된 거죠. 그리고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홍명보라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 과정을 무시하고 위원장이 직접 찾아가서 입성해가지고 선임을 해버렸죠. 그런데 이런 과정들이 노출되는 과정에서 결국에는 일이 너무 커지면서 누구도 걷잡을 수 없게 된 거죠.

일본 축구는 어떻게 우리를 앞섰나

◆ 윤지나>우리가 이렇게 헤매고 있을 때, 졸전이 이어지는 때 일본 축구는 점점 나아지는 모습인데요. 일본은 어떻게 한 거예요?

◇ 서형욱>일본과의 비교는 우리가 역사적인 지리적인 여건을 봤을 때 피할 수 없지만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중반부터 아시아권에서 재패, 아시아컵 우승을 계속해 왔던 나라입니다. 월드컵 본선을 빼고는 늘 우리보다 좋은 성과를 냈던 나라예요. 감독에 한정해서 놓고 보면, 일본은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는 지도자들이 투자도 많이 하고 유학도 보내기도 하고요.

우리는 회전문 인사를 합니다. 어린 혹은 젊은 지도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문이 굉장히 좁고, (감독 기회도) 선수 커리어가 있는 분들 위주로 많이 주어져요. 그리고 우리는 외국인 감독도 굉장히 좀 배타적이어서 잘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J리그는 거의 매 시기에 많으면 50% 이상 적게는 20~30% 늘 외국인 감독도 있어요. 그러니까 일본은 다른 배경에서 다른 훈련 방식, 다른 소통 방식을 갖고 있는 지도자들이 모여서 서로 자극하고 발전하고 선수들도 그런 경험을 통해서 성장을 하는 건데 우리는 그렇지 않은 거죠. 그게 저는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무관심' 속 방치된 축협

◆ 윤지나>축구협회는 언제부터 이렇게 문제적 조직으로 우뚝 서게 된 건가요? 정몽규 회장의 경우에는 지금 4연임을 한 셈이잖아요. 2010년도부터 한 거니까.

◇ 서형욱>그런데 저는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정몽규 회장이) 아예 권한을 밑에 많이 주는 스타일이 아니고요. 그러면서도 본인이 아예 정말 카리스마 리더들처럼 '책임은 내가 책임질게' 이렇게 끌고 나가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 윤지나>물론 과장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회장이 어떤 의중이냐를 아랫사람들이 살피고 거기에 맞춰서 의사결정이 되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보아하니. 그리고 그것은 되게 무능력함의 절정으로 이렇게 쭉 이어졌던 것 같고요. 약간 80년대 재벌 회장들을 모시는 그 기업인들 같다는 인상을 저는 되게 받은 거예요.

◇ 서형욱>과거에는 대부분의 체육 단체들이,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기업가들이 많이 맡았습니다. 기업가들이 일종의 사회화하는 차원에서 하나씩 맡아가지고 스폰서십을 대든 아니면 사재를 털든 그 종목을 책임지게끔 이렇게 출발을 했는데 축구 같은 경우에는 자생력이 있는 조직이거든요. 워낙 인기가 많고 글로벌한 분야이기 때문에 스폰서십도 잘 들어오고 경기만 후원하면 관중들도 많이 들어오고. 슬슬 자립하고 스스로 버는 돈을 가지고 사업을 꾸밀 수가 있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여전히 그런 타성에 젖어 있고요.


◆ 윤지나>제가 그게 궁금했어요. 실제로 알아보니까 총 예산이 1800억 원에서 2천억 원 정도 되는데 이제 절반 이상이 중계료랑 파트너십 후원금이고, 사재 출연이라고 할 수도 없는, 기업에서 출연한 게 1%에서 2%에 불과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그만큼을 투자하는 걸 가지고 이렇게 축구협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이것도 약간 일종의 보면 재벌의 경영 방식 같아요. 대한항공 생각도 나고요.

◇ 서형욱>그러니까 이게 무관심, 제가 늘 하는 얘기는 뭐냐 하면 그 무관심의 영역에서 그냥 운 좋게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한 면도 있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말씀드린 것처럼 종목별로 이제 기업들이 일종의 할당을 했잖아요. 그래서 어떤 기업이 어떤 종목을 맡았다고 하면 그 기업이 손 털고 나가기 전까지는 다른 기업들이 이걸 경쟁해서 들어오거나 하지 않는 영역이니까요.

정신 차려 축협! 이제는 변해야 할 시점

◆ 윤지나>정몽규 회장이 들어섰던 2010년대부터 같은 얘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까지 오게 됐다면 이번 기회는 진짜 바뀌어야 될 것 같긴 하거든요. 되게 인상적인 거는 2002년에 홍명보 감독과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 되게 쓴소리를 많이 하는 거예요. 멘트 하나하나가 다 크게 기사화가 되고 있고 반갑긴 한데요. '문제가 이렇게 오래됐는데 왜 그동안 얘기 안 했어?'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건 또 축구협회의 문화와도 관련이 된 건가요?

◇ 서형욱>실제로 뭔가 바꿀 능력이 있고 바꿀 수 있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러지 않고 당장 돈이 되는 일만 하는 거잖아요. 왜냐하면 대한축구협회 안에 들어갔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고 시스템이 잘못돼 있으니까요. 그 안에 들어가서 뭔가를 해보겠다라는 의욕을 갖기가 어려운 환경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나 권한이 주어졌을 때는 충분히 활용이 될 수 있는 인력들이기 때문에 이번에 리더십의 교체 등을 통해서 (그분들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인사가 만사잖아요.

◆ 윤지나>그렇다면 만약에 이렇게 지금 사회에서 이슈가 됐을 때 강력하게 변화의 동력이 생긴다면 생각보다 또 너무 비관적이지 않게 잘 바뀔 수도 있겠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만 되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는데 지금 얘기를 쭉 들어보니까 차근차근 고쳐야 되고 이번 기회에 정말 바꿀 일들이 되게 많아 보입니다.

◇ 서형욱> 이게 악플이 있을 때가 좋을 때잖아요. 무플로 접어들면 진짜 끝장이 난 거기 때문에 우려를 했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이게 혹시 많은 분들이 축구를 사랑하고 계시고. 저는 아직까지는 그래서 지금의 이 관심을, 이 분노와 열정을 유지를 해 주시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뀔 수 있다.

◆ 윤지나> 알겠습니다. 정신없는 월드컵에서 뭔가 분노는 치솟았는데, 그 원인이 어디 있었는지 해답은 어디서 찾아야 되는지까지 정리가 됐습니다. 축구 저널리스트 서형욱 해설위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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