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소방청은 지난 4월 12일 전남 완도 저온창고 화재현장에서 발생한 순직사고와 관련해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소방청은 사고 직후 기획조정관을 단장으로 외부 전문가와 소방노조 관계자 등 27명이 참여하는 소방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지난 4월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30일간 △화재 원인 규명 △순직사고 발생 경위 △화재 실증실험 △현장대응 및 안전관리상 문제점 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우레탄폼 밀폐 구조서 폭발"…정보 부족이 키운 참사
조사 결과, 화재 당시 작업자가 바닥 에폭시를 제거하기 위해 LP가스 토치로 가열작업을 하던 중 불티로 추정되는 에폭시 조각이 바닥과 벽면 강판 틈새로 들어갔고, 이 불티가 강판 후면의 우레탄 폼에 착화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저온창고는 층고가 약 6.4m인 반면 출입구 높이는 약 3m로 낮고, 내부는 별도의 창문이나 개구부가 없는 밀폐 구조였다. 이로 인해 벽면 우레탄 폼의 열분해 과정에서 발생한 가연성 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한 채 천장부에 축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강판 후면을 따라 확산된 화염이 천장부를 통해 외부로 노출되면서 축적된 가연성 가스에 불이 붙었다. 이로 인해 가연성 가스가 한 번에 급격히 폭발하는 '화재가스발화(FGI)'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일 오전 8시 25분 신고가 접수되자 선착대인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가 8시 31분 현장에 도착했다. 이후 후착대인 완도구조대 등 22명이 순차적으로 도착해 벽면 강판을 절단하고 화점을 탐색하는 등 내부 공격 위주의 진압작전을 수행했다. 작업이 진행되던 중 오전 8시 53분경 천장 좌측 구석에서 화염이 목격됐고, 구조대 부대장의 지시에 따라 대원들에 대한 일제 퇴출이 이뤄졌다.
그러나 급격한 연소 확대로 내부에 있던 대원 7명 중 고(故) 박승원 소방위(완도구조대)와 고 노태영 소방사(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는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순직했다.
조사단은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화재 건축물의 위험정보, 특히 우레탄 폼 마감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이마저도 출동대에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지휘권 이양 절차가 생략된 채 상황평가·전략전술 결정에 미흡한 점도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우레탄 폼 등 특수화재에 대한 위험성 평가 표준작전절차(SOP) 미비 △신속동료구조팀(RIT) 편성·운영 미흡 △열화상카메라 등 안전장비 관리 부실과 위험지역 내 소방관 직접 투입에 따른 인력 의존도 심화 △펌프차 진압대원 부족으로 인한 2인 1조 임무수행 지장 등 구조적 문제점들도 지적했다.
'방어적 진압' 우선 적용…2030년까지 인력 5천 명 확충
이에 소방청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험정보 제공 등 상황관리 강화 △현장지휘 체계 강화 △현장대응 역량 강화 △안전장비 보강 △조직·인력체계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위험정보 제공 등 상황관리 강화를 위해 재난현장의 위험정보와 전략·전술 정보가 출동대에 실시간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119상황관제시스템을 개선한다. 또한 119상황근무자에 대한 교육을 체계화하고 내실화해 현장대응 초기 단계부터 필요한 정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장지휘 체계도 강화한다. 소방청은 현장지휘관 보직자를 대상으로 집중 교육을 실시하고, 우레탄 폼·샌드위치패널 등 고위험 특수화재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확대한다. 아울러 선착대장과 지휘팀장이 현장 도착 즉시 지휘권을 명확히 선언하고, 상황평가와 전략·전술 결정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표준절차를 보완할 방침이다.
현장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명구조 가능성이 없는 경우 방어적 전략·전술을 우선 적용하는 원칙을 확립한다. 특히 우레탄 폼 마감 창고 등 고위험 화재 현장에서는 신속동료구조팀(RIT)을 선제적으로 편성·운영하도록 의무화해 대원 안전 확보 체계를 강화한다.
장비 보강도 추진한다. 위험지역 내 소방관 직접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인소방로봇 등 현장 적응성이 높은 첨단장비 보급을 확대하고, 장비 성능 고도화도 병행한다. 현재 4대가 시범 운영 중인 무인소방로봇은 현장 활용성을 검토해 추가 확대하도록 추진한다. 이와 함께 열화상카메라 등 핵심 안전장비에 대한 정기 점검과 관리 체계도 강화한다.
재난 현장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대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펌프차 진압대원 등 현장 활동에 필수적인 부족 인력 5천여 명을 2030년까지 5년간 단계적으로 확충해 차질 없이 인력 충원을 할 계획이다.
이에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소요 예산을 제때 확보하고, 현장 중심의 재배치를 위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인력 수요, 재난 위험도 및 관할 구역의 현장 여건 등을 분석·고려해 현장 대응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력 재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은"두 분의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합동조사를 통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면밀히 살핀 만큼,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사항부터 차근차근 보완하고,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도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