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락쿠마(일본 캐릭터) 말랑이 있어요?"
"오늘은 그거 들어오는 날이 아니라…"
지난달 29일 오전 11시쯤 대구 북구 칠성시장 문구·완구 골목에 위치한 바른손 문구대리점.
가게를 찾은 20대 남녀 손님은 오늘 원하는 제품이 입고되는 날이 아니라는 말에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대리점주는 구슬땀을 흘러가며 70여 종이 넘는 '말랑이'를 진열했다. 가게 앞에는 도매 박스가 분해된 채 차곡차곡 쌓여 갔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명의 20대 여성들이 말랑이를 찾으며 골목 구석구석을 누볐다.
이날 골목에서 만난 대학생 A씨(20·여)와 B씨(20·여)는 양손 가득 말랑이를 들고 가게를 쏘다녔다.
이들은 "인스타에서 (칠성시장이) 말랑이가 싸고 다양하다고 해서 왔다"라면서 "올해부터 이런 게 유행한다"면서 가방에 걸린 키캡 등을 내보였다.
'말랑이' 성지 대구 칠성시장 완구골목…"하루 500여 명 오가"
말랑이는 푹신하거나 미끈거리는 촉감과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 만지고 주무르며 감각을 즐기는 장난감으로, 지난 3월 즈음부터 SNS 유행을 타고 전국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말랑이 '성지'로 서울 동묘시장 완구·문구골목, 대구 칠성시장 완구·문구골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골목은 원래 문구류와 완구류를 서점·문구점 소매상에 납품하는 '도매 대리점'이 자리한 거리지만,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종을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로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이 골목에서 30년째 대리점을 운영 중인 김애경(67)씨는 주말의 경우 하루에 500여 명의 유동인구가 대리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말이면 수백여 명의 20대 여성 손님들이 친구나 남자친구랑 몰려와서 말랑이를 만져보고 간다. 작년 이맘때는 소매상들이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올해는 그때와 비교가 의미 없는 수준으로 늘었다"며 웃어보였다.
이렇게 유동인구가 늘다 보니 자연스레 매출도 늘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보다는 훨씬 올랐고, 당장 지난달이랑만 비교해도 3~40% 올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골목 내에서도 온도차 갈려…"완구대리점은 울상"
다만 '말랑이 특수'의 온기는 일부 문구대리점에게 집중된다는 말도 나온다. 말랑이를 취급하지 않는 완구대리점 등에는 냉기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칠성시장 문구 골목은 대리점마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품목이 다르다.
상인들은 말랑이는 주로 문구류와 팬시류를 주로 취급하는 대리점에 공급되는 만큼, 일부 대리점을 제외하고는 매출에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조립형 완구를 주로 취급하는 완구 대리점 주인 C씨는 파란 걸레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쌓인 완구 박스 위에 앉은 먼지를 닦아내면서 한숨을 쉬었다.
C씨는 "말랑이도 없으면 (손님들이) 아예 안 들어와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놔뒀는데 대부분 말랑이 만져보고 그냥 간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손님들은 대부분 말랑이를 언급하며 매대로 향했지만, 적은 품목에 실망한 기색으로 금세 가게를 빠져나갔다.
그러다 보니 말랑이 특수에도 불구하고, 해당 골목의 대리점들은 하나둘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C씨는 "지금 10개 점포 정도가 남았는데 그중에 앞집, 뒷집은 임대 내놓은 상황"이라면서 "우리 (가게)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심지어 말랑이 특수 덕을 보고 있는 여러 상인들 역시도 마진이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20대 여성들에게 한정된 유행이다 보니 유행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 역시 '반짝 특수'를 우려하면서도 사회적 불안도가 높아지면서, '키덜트(장난감 등을 애호하는 성인)' 관련 수요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거라고 예측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경쟁사회에 내몰려지고 불안한 상태가 오는데 물리적 촉감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키캡' 유행이 '말랑이' 유행으로 옮겨갔지 않느냐"라면서 "게다가 키덜트적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에 당분간 유행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