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회현역 3번 출구 인근 3층짜리 건물에서는 밤마다 희미한 바이올린 소리가 울린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은 건물 2층의 한의원 '원장'인 장그린(47)씨다.
장씨의 '음악' 사랑은 이미 환자들에게 유명하다. 그의 원장실에는 침통과 함께 바이올린이 함께 놓여 있다. 악기 연습을 하기가 집보다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생업과 취미가 뒤섞일 만큼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장씨는 현재 IBK TOGETHER 오케스트라 팀에서 멜로디를 담당하는 '퍼스트 바이올린'이다.
10년 넘게 유일하게 이용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에서 오케스트라를 뽑는다는 소식을 접한 장씨는 운명같은 기분까지 느꼈다.
"저는 인터넷 은행도 안 쓰고 아무것도 안 쓰고 오로지 기업은행만 주거래은행으로 쓰고 있는데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한다고 하니까 이거는 내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로데아트센터에는 장씨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사장님과 중소기업 직장인 등 47명이 모였다. 이 날은 중소기업 근로자・소상공인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IBK TOGETHER 2026' 연습 첫 날이었다.
IBK기업은행이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하는 'IBK TOGETHER 2026'은 근로자의 문화예술 활동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성취감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 교육 및 합주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가비와 활동비는 기업은행이 전액 지원한다.
지난 4월 서류와 면접을 통해 47명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선발됐다.
△현악 30명 (바이올린 22명, 비올라 2명, 첼로 6명) △목관 9명 (플루트 5명, 클라리넷 3명, 오보에 1명) △금관 7명 (호른 3명, 트럼펫 2명, 트롬본 2명) △타악 1명 (퍼커션 1명)으로 구성됐으며, 지난달 25일 첫 상견례를 마쳤다.
지난 2일 처음 소리를 맞춘 단원들은 어색하고 서툰 첫 연습에서도 서로 악보를 챙겨주고 연주 방법과 호흡 등을 조언하면서 끈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8살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는 '히어로 도넛'의 사장 이영진(35)씨도 이번 오케스트라 단원에 퍼스트 바이올린으로 뽑혔다.
"혼자 도넛 굽고 가게 운영하는 게 힘든데 오케스트라가 도움이 많이 돼요. 혼자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것도 힐링이 되지만 함께 연주를 하는 목요일이 기다려져요."
오케스트라 지휘는 '춤추는 지휘자'로 유명한 백윤학 지휘자가 맡았다. 단원 선발부터 직접 참여한 백 지휘자는 "올해 스케줄을 조정해 연습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며 단원과 투게더팀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대가 큽니다. 연습시간보다 훨씬 일찍 와서 준비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고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감도 들면서 다시 한 번 저를 다잡게 되네요."
투게더 단원들에게 전문 연주자들을 뛰어넘는 '열정'과 '간절함'도 느꼈다.
그는 "연주자들은 연주회가 일이고 노동일 수 밖에 없는데 이분들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 기회가 정말 소중하다고 느끼고 계셔서 제가 더 몰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IBK TOGETHER'는 6개월간의 전문 강사 레슨과 합주 연습을 마친 뒤 오는 12월 연주회 무대에 오른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박쥐」 서곡, 작품 362, 베토벤 교향곡 제7번 제2악장,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제4악장과 뮤지컬 영화음악 메들리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근로자분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긍정적 에너지를 전파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음악을 매개로 경험의 폭을 넓히고 배움과 성장을 원하는 근로자분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