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경의 신작 장편소설 '비밀구락부'는 1926년부터 1955년까지 식민지와 해방, 분단과 전쟁을 지나온 사람들의 30년을 그린 작품이다.
애란은 식민지 경성의 비밀 독서회에서 좌익 지식인 현욱을 만난다. 본명을 밝히지 않는 것이 규칙이던 그 공간을 떠난 뒤에도 이들의 삶은 가명과 첩보, 밀고와 배신 속으로 깊이 끌려 들어간다.
소설은 미군정 통역사가 된 애란, 좌익 지도자가 된 현욱, 그를 추적하는 미군 방첩대원 주드, 미 헌병사령관 에이든의 시선을 오가며 해방기의 혼란을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인물들은 이념과 사랑, 신념과 생존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한다. 누군가에게는 동지였던 사람이 다른 이에게는 배신자나 적이 되고, 선과 악의 경계도 시점에 따라 흔들린다.
작품은 실제 사건과 역사적 인물을 바탕으로 첩보전의 긴장감을 살리면서도, 끝내 이름과 정체성을 빼앗긴 사람들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려 했던 안간힘을 응시한다.
8년 만에 장편을 내놓은 이화경은 한 사람을 쉽게 미화하거나 단죄하지 않는다. 대신 각기 다른 삶의 증언을 겹쳐 놓으며 역사를 승패가 아닌 개인들의 생존과 선택의 총합으로 되돌려 놓는다.
이화경 지음 | 한길사
열일곱 살 오주희는 아버지의 외도로 가정이 무너진 뒤 무당의 힘을 빌려 아버지와 계모의 딸 오연린으로 다시 태어난다. 두 번째 삶의 목표는 오직 복수다.
청예의 신작 장편소설 '주와 연'은 죽음과 환생, 사랑과 증오가 얽힌 오컬트 미스터리다.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과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등을 통해 주목받은 작가가 이번에는 복수 이후의 삶을 묻는다.
첫 번째 삶의 기억을 간직한 연린은 부모의 욕망을 역이용해 집안을 무너뜨릴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한다. 그러던 중 자신과 닮은 결핍을 지닌 박은정을 만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가정을 파괴하는 공모자가 된다.
복수가 완성될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더 깊고 비틀린 방향으로 흘러간다. 연린은 맹목적인 사랑을 키우는 은정과, 자신의 상처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이현 사이에서 새로운 선택과 마주한다.
소설은 복수의 통쾌함에 머물지 않는다. 원한을 갚고 난 뒤에도 삶은 계속될 수 있는지, 용서와 사랑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살아감이 축복인지 형벌인지 끈질기게 묻는다.
무속신앙과 윤회, 가족의 파탄과 욕망을 결합한 서사는 후반부의 큰 전환을 통해 전혀 다른 의미로 뒤집힌다. 작가 정세랑은 "대단원을 앞두고 짜릿한 방향 전환이 일어난다"고 평했다.
'주와 연'은 복수를 위해 선택한 두 번째 생이 다시 사랑과 구원의 가능성으로 흔들리는 과정을 통해, 결국 중요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어떤 선택으로 살아가느냐는 질문을 남긴다.
청예 지음 | 래빗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