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인 음악은 다 뺐다…김승주 "만족하지 않으면 부를 수 없기 때문"[EN:박싱]

김승주 정규 1집 '미완성바이러스' 제작기 ② 앨범 편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운드미디어에서 싱어송라이터 김승주를 만났다. 마운드미디어 테잎스 제공

우린 아무 자격 없는 어른들이 될 거야 / 그렇지 않은 건 배운 적이 없으니까 / 세상에서 가장 그럴싸한 치장을 하고 / 수준미달의 사랑을 하자 _ '불행의역사'

미완성의 우릴 인정해야 해 / 그래야 해 그래도 돼 / 일기장에도 솔직할 수 없는 나 / 그럼에도 사랑해 / 늙고 병들어도 철 들 수 없는 나 / 그런대로 사랑해 _ '일기장'

우리의 지독한 고향 / 늘어지는 그 유년에 / 완성된 미완성이 있어 _ '구시가지로'


2021년 제3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소년만화'로 대상을 받아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김승주는 중학생 시절부터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어 왔다. 당시 인터뷰에서 김승주는 "모든 장르를 관통하는 건 결국 가사"고, "가사가 정말 나다워야 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모두 '뉴스1' 인터뷰)라고 밝힌 바 있다.

'불행의역사' '일기장' '구시가지로'까지 타이틀곡 3곡을 포함해 총 11곡이 수록된 김승주의 첫 번째 정규앨범 '미완성바이러스'는 자전적인 성격이 강하다. 가사를 통해 음악을 넘어, 세상에 관한 생각과 태도도 엿볼 수 있다. 성실하게 또 집요하게 스스로의 결핍, 열등감, 실패, 상처를 파고들지만 우울하거나 가라앉지만은 않는다.

"내 음악이 제일 문제"라며 '음악실격'이라는 제목을 붙인 노래를 실었지만, "좋은 음악"으로만 채우고 싶었기 때문에 정말 '실격'의 음악은 제외하고 만들었다는 '미완성바이러스'.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운드미디어에서 김승주를 인터뷰해, 그의 정규 1집 '미완성바이러스' 제작기를 들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미완성'이다. 부족하거나 서투른 점을 깊이 들여다보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앨범을 만들게 됐는지 묻자 김승주는 "생각 좀 하겠다"라며 답변하기까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김승주는 데뷔 5년 만에 첫 정규앨범 '미완성바이러스'를 내게 됐다. 지난달 29일 발매됐다. 마운드미디어 테잎스 제공

평소에도, 원래도 '그런 것'(미완성)에 집중하고 많이 들여다보는 편이라는 김승주는 "특히 이 앨범을 만들면서 더 그거를 직관적으로 느끼고 어디서부터 왔고 어디까지, 언제까지 이럴 건지 생각했다"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아직'이라는 단어가 안 어울리는 거 같다. 그냥 '영영'이어도 되는 거 같다. 그게 비단 제가 아티스트, 뮤지션이어서가 아니라 모두가"라고 덧붙였다.

김승주는 "앨범 속에 다양한 흐름들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가 개인으로 시작해서 무리(group)로 끝나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 파트는 유독 더, 유독 더 개인적인 이야기나 적나라한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는 편이다. 개인적인 것도 포함돼 있지만 점점 흘러가면서는 '우리들'의 모습으로 끝나는 흐름을 생각하고 만들었다"라고 돌아봤다.

혹시 '정규앨범'이어서 넣고 싶었던 자기만의 로망이 있었을까. 김승주는 "저는 수미상관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사운드의 결 시작과 끝이 이어지게 끝나는 걸 좋아하고 신경 쓰는 편이다. 앨범을 한 번 듣는 게 아니라 한 번 듣고 다시 1(첫 번째 트랙)로 돌아갔을 때의 기분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 로망은 어떤 작품을 낼 때마다 달라지지 않고 항상 유지되는 고집이자 가치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갖고 싶고 하고 싶던 로망"은 앨범에 "늘 넣는"다는 김승주에게 이번 정규 1집 '미완성바이러스'는 "그런 것의 집합체"다. 그는 "어떤 곡에 포함된 멜로디나 요소가 다른 곡에서도 느껴지는 걸 좋아하고 로망으로 가지고 있다. '구시가지로'라는 곡의 멜로디가 '신시가지로'에서 완전히 역상으로 든 게 있다"라며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저는 혼자 그런 걸 가득 채웠다"라고 웃었다.

3번 트랙 '음악실격'에서, 김승주는 '값비싼 노래' '그럴싸한 노래' '겁 없는 노래' '움츠러든 노래'가 전부 문제인데 그중에서도 "내 음악이 제일 문제"라며 "실격의 실격에 실격이야"라고 노래한다. 왜 스스로 '실격'이라는 이름표를 붙였는지 궁금했다.

"꼭 얘기하고 싶은 거였다"라고 한 김승주는 "그런 음악이 문제라는 게 아니고 제 안에서 문제라는 거였다. 조금 조심스럽기는 한데, 음… 저는 음악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하고 있고 그걸 끊임없이 스스로 되뇌는 편이다. 그래야지 음악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김승주는 이번 앨범에 싣지 못한 곡이 30곡 정도 된다고 밝혔다. 마운드미디어 테잎스 제공

이어 "근데 자꾸 음악을 만들면서 '누가 좋아해 주나?' '내가 사랑하는 우리 회사에 보탬이 될 만한 노래인가?' '평단의 입장에서 이건 음악적인가?' '정말 진실한가?' '이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말로 치환해서 드러냈나?' 이런 고민이 너무 많은 거다. 그게 저한테 문제인 거고. 그렇게 해서 나온 이 곡이 그야말로, 제 문제투성이같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승주는 "앨범 만들면서 저 스스로에게 제약을 엄청나게 많이 두고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이 앨범에는 '음악실격'에서 '실격에 실격에 실격이야'라고 얘기하는 음악, 이 앨범에 쓰이지 못한 곡들이 30곡 정도 된다"라며 "많은 고민이 들어가서이기도 하지만, 저 스스로 '실격'이라고 느끼는 음악을 넣고 싶진 않으니까. '좋은 음악'을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만족하지 않으면 부를 수 없기 때문인 거 같아요. 끝도 없죠. 더 잘하고 싶고요. 이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 같기도 한데, 더 나아지기 위해서의 곡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 천천히 나아가자'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보다도 '뭐 어때?'가 맞는 거 같은 앨범인 거 같아요. 저는 이 앨범을 만든 사람이니까, 물론 발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그걸 걱정하고 집착하고 불만족하면서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거죠."

'미완성바이러스' 수록곡 11곡의 크레딧은 간명하다. 작사, 작곡, 편곡을 전부 김승주가 맡았다. '승주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라는 대표의 말에서 알 수 있듯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만들었기에, 김승주는 "완전한 것"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고백했다. '마음대로 할 자유'를 즐거워하는지 부담스러워하는지 묻자, 김승주는 "신나게 작업하는 편인데 부담을 느낀다"라고 웃었다.

"그 와중에도 미완성의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계속계속 거듭되고 반복되는 거 같아요. 그것조차도 해소하지 못하고, 그러니까 완전한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한 해방을 하지 못하는 것까지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수록곡은 '힌트'라는 공연에서 먼저 공개한 바 있다. 공연에서 선보인 것과 음원의 차이가 있을까. 김승주는 "저는 보통 데모(임시 녹음 곡)와 99% 유사한 형태에서 (음원의) 퀄리티만 많이 올리는 편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음악을 전 좋아한다. 다 사람의 음악이지만, 특히 직접 마이크를 통해 들어가는 녹음 소리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제가 혼자서 컴퓨터로 작업해 놓은 것과는 그… 공기가 다르다"라고 답했다.

싱어송라이터 김승주. 마운드미디어 테잎스 제공

그러면서 "그걸 하면서 곡의 '기분'이 확 달라지긴 하지만 곡의 구조나 요소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힌트' 공연 때 4~5곡은 라이브로 먼저 들려드렸다. 하지만 라이브이다 보니까 정제되지 않음에서 오는 차이는 느끼실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저는 밴드스러운 음악을 만들고, 록 음악, 얼터너티브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저에게 두는 기준이 있어요. '사람이 치는' 소리가 들어가야 한다는 기준이요. 그 소리들이 더 이 음악과 맞고, 조금 더 공격적으로 얘기하면 그게 나한테 있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게 하는 거고요. 사실 신시사이저, FX 등 컴퓨터로 작업할 때도 있는데, 여기에도 이 공기가 마이크를 타고 분명히 들어가든요. 그게 느껴지는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승주는 '미완성바이러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지난달 27~28일 이틀 동안 열었다. 이번 앨범을 녹음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집 같다. 그 공간에서 들려드리고 싶었다. 녹음실에 저희 흔적을 전시해서 관람할 수 있게 만들어 뒀다. 이 과정을 동료로 지켜봐 주신 분들도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재밌었던 순간을 물으니 김승주는 "정말 고민된다"라며 답했다. 이유는 '너무 많아서'였는데 "일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인터뷰 당일(6월 24일) 새벽의 일화를 꺼냈다. 마스터링을 마친, "37분 남짓의 이 앨범"을 "3~4번 정도 텀(간격)을 두고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그간 숱하게 들었는데도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울었다. "이렇게 울어버릴 수 있다니!" 싶었다.

"전 펑펑 울었어요. 저 스스로 곡을 만들고 울게 되는 곡이 있어요. 만들면서 실시간으로. 그런 곡이 항상 결국, 가장 저한테 좋은 곡이었던 것 같아요. 듣는 사람들도 본능적으로 그걸 알아요. 그런 곡들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이 앨범을 들으면서 엉엉 울어버렸으니까, 다 너무나 좋은 곡이지 않을까요. 저한텐요."

"재미있어서" 음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김승주는 오랫동안 음악을 "재미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음악을 오래 하기 위한 마음"이라서, 음악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한다. 마지막 질문은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였다. 여전히 본인을 "가수"라고 하는 것이 "민망하다"라는 김승주. "그래서 어떤 가수인지 말하는 대신, 조금 재미없는 대답일 수 있는데요. 즐거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즐거운 것만 하고 지냈으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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