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부르던 동요 중에 '꽃밭에서'란 노래가 있습니다. 참 정감 있는 가사가 생각납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어느덧 꽃밭도 가족이 같이 가꾸고, 목욕도 같이하고, 교회도 손잡고 같이 가던 시대는 저만치 흘러갔습니다. 요즘은 가족 간에도 각자의 삶이 너무 바빠서 단절이고, 믿음의 밭도 내버려두어서 열매도 없이 잡초만 무성합니다. 부모의 역할과 개념도 변했습니다. 자녀들을 위해서 부모가 해 주어야 하는 것을 누군가는 좋은 대학이라고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경제적 기반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며 더 좋은 환경과 더 많은 기회를 물려주기 위해 애씁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은 재산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약 10년 동안 이민목회 사역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지만, 무엇보다 제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은 다음세대의 부재였습니다. 한때 복음의 중심지였던 서구권의 교회들이 노년층만 남은 채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예배당은 그대로 있었지만,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신앙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지 못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눈앞에서 목격한 것입니다. 렌트해서 사용하던 앵글리칸 교회의 유스(청소년)주일에 우리 한인교회 아이들을 보내어 예배를 진행하게 한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날 한국교회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최근 여러 교단과 기독교 교육기관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주일학교 학생 수는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 전체의 저 출산 현상도 심각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예 교회학교가 없는 교회들도 즐비합니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현실 앞에서 교회 역시 다음세대 신앙교육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신앙은 거대한 프로그램보다 가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신앙교육 연구기관인 풀러 신학교와 여러 기독교 가정사역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부모의 신앙이 자녀의 신앙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교회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자녀들이 가장 오래 보고 배우는 사람은 결국 부모입니다.
신명기 6장에서 하나님은 부모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을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 흥미로운 것은 하나님께서 먼저 부모에게 말씀을 마음에 새기라고 하신 후에 자녀를 가르치라고 하셨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먼저 살아내지 않으면 신앙은 전수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신앙도 누군가의 본을 통해 이어져 왔습니다. 부모님들의 기도와 헌신, 할머니의 새벽기도, 주일마다 손잡고 교회로 데려가던 부모님의 발걸음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인 고백이지만, 저는 20여 년 전 이민목회를 하면서 어린 아이를 위하여 목사인 아빠가 자녀를 위하여 해줄 수 있는 것을 하나 찾아냈는데, 가장 강력하고 좋은 양육이 바로 '축복기도'라고 믿고 그렇게 매일 등교하는 아이를 축복해 주었습니다. 이 방법이 지금의 신앙적 태도를 가진 자녀로 이끌었습니다.
다음세대와 함께 믿음의 밭을 가꾸는 가장 좋은 길은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신단다", "너는 하나님의 귀한 사람이다", "하나님께서 너를 통해 선한 일을 이루실 거야"라는 축복의 말이고 부모의 축복은 아이의 영혼을 건강하게 세워갑니다. 성경에서 부모는 축복권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삭이 야곱을 축복했고, 야곱은 열두 아들을 축복했습니다. 부모의 축복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녀의 미래를 위해 드리는 영적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부모들에게 권합니다.
잠들기 전 자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십시오. 등교하기 전에 현관문에서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해주십시오. 거창한 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우리 아이가 하나님을 사랑하게 해 주세요."
"어디를 가든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살게 해 주세요."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게 해 주세요."
"이 아이에게 하나님의 얼굴을 비추사 은혜 베풀어 주세요."
그 기도는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저는 토론토의 유대인이 제일 많은 베더스트 거리에 살았습니다. 유대인들을 많이 보았는데, 유대인들은 재산보다 정신적 유산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세계 인구의 극히 작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노벨상 수상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 중 하나도 가정 안에서 이어지는 가치 교육과 신앙교육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유산은 돈이 아니라 정체성이었습니다.
우리 기독교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에게 집 한 채를 남겨주는 것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을 남겨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재산은 잃어버릴 수 있지만 믿음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부모는 자녀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부모가 남긴 기도는 남습니다. 부모가 보여준 신앙의 본은 남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분명히 믿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최고의 유산은 바로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얹고 축복하는 부모의 기도와 그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다음세대를 향한 가장 위대한 투자는 '축복기도' 그리고 그 축복은 믿음의 밭을 함께 가꾸어가게 합니다. 믿음의 유산으로 남기길 원하는 부모님들, 미루지 말고 오늘부터 시작해보시지요!
공성훈 목사(불꽃감리교회, CBS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