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최정(29) 9단이 대한민국 여자바둑의 세대교체를 멈춰 세웠다. 지난 한 달 동안 단 한 판만 치르고도 8개월여 만에 여자바둑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여자랭킹 1위였던 김은지(19) 9단은 같은 기간 10판을 소화했음에도 1위 자리를 내줬다.
6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7월 한국 여자바둑 랭킹에서 최정이 김은지 9단을 2점 차로 제치고 1위에 복귀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온 김은지의 1위 행진은 8개월 만에 멈췄다.
최정은 지난 6월 치른 단 한 판이 랭킹 1위 김은지와의 대국이었고, 승리하면서 랭킹 점수 7을 추가해 총점 9519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열린 2026 MOA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승자조 결승에서 김은지를 제압한 바 있다.
이에 반해 김은지는 6월 한달 간 6승 4패를 기록하는 등 10개 대국을 치렀음에도, 35점을 잃어 2위로 추락했다. 한국기원의 기사 랭킹은 외국 기사에게 패배하면 상대적으로 점수가 크게 깎인다. 특히 일본 기사에게 패할 경우 삭감 폭이 크다. 김은지는 지난달 기록한 4패 가운데 2패를 일본과 중화 타이베이 기사에게 당했다. 여기에다 한국랭킹 1·2위 간 맞대결에서도 최정에게 패하면서 점수를 많이 잃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정, 김은지의 치열한 여자 랭킹 경쟁은 2024년 8월부터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개월 동안 김은지가 14차례, 최정이 10차례 1위를 차지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펼친 셈이다. 최근 8개월간은 김은지가 정상을 지키면서 여자바둑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의 최정은 '여전한 여제(女帝)'임을 증명했다. 그는 올해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을 포함해 김은지와의 맞대결에서 4전 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최정은 지난해 5월 여자 바둑 세대교체 목소리가 대두됐을 당시 "언젠가는 김은지가 여자 바둑계를 이끌어가겠지만, 나도 최대한 버텨서 다른 후배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전한 바 있다.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됐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다음 달에도 최정이 1위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그 이유로 "이미 7월 들어서도 김은지에게 2판을 이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대교체는 아직인 것 같다. 지난해 연말부터 김은지의 기세가 매서웠지만, 그는 아직 최정을 만나면 작아지는 듯 하다. 상대 전적이 이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전체 랭킹에서는 신진서 9단이 79개월 연속 1위를 지켰다. 신진서는 제6회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6연패를 포함해 6월 한 달 동안 5승 1패를 기록하며 랭킹 점수 16점을 보태 1만402점을 기록했다. 박정환·신민준·변상일·강동윤·김명훈·이지현·김지석·박민규 9단은 지난달과 같은 2~9위를 유지했다. 안성준 9단은 한 계단 상승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기원의 기사 랭킹은 2009년 1월부터 레이팅 제도를 이용해 100위까지 발표했다. 이후 2020년 2월 개정된 랭킹 제도를 도입했다. 2022년 8월부터는 범위를 확대해 전체 프로기사의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