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 ①[단독]제주 유명 아파트 미분양 사태 이면…투자사기 의혹 ②[단독]투자사기 의혹 아파트…용역업체·시공사까지 피해 ③"사기꾼 호의호식, 피해자 자살 고민" 아파트 투자 잔혹사 (계속) |
"왜 사기꾼은 떵떵거리면서 살고, 피해자는 죽어나가는지 알겠더라고요."
지난 4일 제주시 노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유명 브랜드 아파트 투자사기' 피해자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수사는 더디기만 하고 돈은 수년째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기꾼은 밖에서 계속 활개를 치고 있다. 이게 정의로운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자살 고민하는데 사기꾼은 호의호식"
이 피해자는 다른 투자자 20여 명과 함께 2023년 8월 제주경찰청에 사기 혐의로 도내 한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제주시 일대 3만여㎡ 부지에 17개동 425세대 규모로 추진한 아파트 개발사업 과정에서 투자자 돈 2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다.경찰은 수사 2년여 만인 지난해 검찰에 송치했고,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고소한지 3년 가까이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사업 시행사 대표인 A씨의 말에 속아 모두 3억 5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이 피해자는 "대출받아서 투자했는데, 돈을 여태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대출 이자로 나가는 돈이 상당하다. 아이들 대학입시도 앞두고 있어서 학원비로 돈을 많이 써야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남편과도 이 일로 많이 싸우고 자살을 고민할 정도로 힘든데 사무실과 직원들도 그대로고 A씨가 너무나도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보니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뇌성마비를 앓는 자녀와 함께 제주에 살기 위해 아파트를 찾다가 투자사기를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는 1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A씨에게 전화했다가 욕설까지 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돈을 좀 돌려달라고 전화했더니 대뜸 욕설하면서 '줄 돈 없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고 어이없어했다.
그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도 안 속았는데, 어느 순간 사기 늪에 빠져 있었다. 아들과 함께 제주살이를 꿈꿨는데, 진절머리가 나서 제주를 떠날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광고 용역대금 못 받아 회사 경영 휘청"
경기도 한 광고업체 대표도 A씨로부터 9억 원 상당의 사기피해를 당해 회사 경영이 어려워질 정도로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는 2024년 7월 A씨와 아파트 분양 광고를 맺고 제주에서 온라인 광고와 옥외 광고, 판촉물·전단지 제작 등의 업무를 했지만 용역대금 9억 원 상당을 돌려받지 못했다.그는 "아파트 분양 광고를 해주면 매달 정기적으로 광고비를 받기로 했다. 자체 비용으로 전단지랑 현수막 제작하고 차량 LED 광고까지 해줬는데 여태 광고비를 안 주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업체다 보니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한 9억 원 때문에 회사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이 사건으로 다른 거래처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직원들 월급도 몇 개월 밀려서 주기도 했다. 사기사건 여파로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그는 아파트 사업 자금·부동산 관리를 맡은 신탁회사에까지 문의했지만 돈을 받을 수 없었다. 신탁회사는 이미 분양 광고비로 책정한 비용을 다 쓴 상태에서 A씨가 마음대로 광고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이 사건은 현재 기소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 업체뿐만 아니라 또 다른 광고업체, 아파트 관리업체 등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 공사를 맡은 대기업 계열사도 공사대금 355억 원을 받지 못했다며 A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파트 공사에 참여한 하도급 업체까지 대금 지급이 밀리는 연쇄 피해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의 아파트는 전체 425세대 중 단 1세대만 분양되며 지난해 '통째 공매' 사태를 빚기도 했다. 아파트 개발사업 시행사 대표 A씨는 유사수신과 투자사기 의혹 등에 대해서 "지금은 퇴사한 전 회사 직원들끼리 벌인 일로 자신과는 무관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