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에서 접근금지 명령과 스마트워치 지급 등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를 받던 60대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건 직전까지 가해자는 고위험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6일 기자 정례간담회를 열고 전날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일대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경찰은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자해한 50대 남성 가해자 A씨에 대해 "현재까지 의식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수술을 한 차례 더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범행 이전 다른 전조 행적은 현재까지 특정된 게 없다"며 "A씨의 신병 확보와 휴대전화 관련 영장을 신청한 상태로, 영장이 발부되면 포렌식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헤어진 60대 여성 B씨는 지난달 8일 "전 남자친구가 못살게 군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진술 등을 토대로 폭행 등 범죄 피해는 없었다고 판단했고, B씨 요청에 따라 사건 접수 대신 분리조치만 했다. 경찰은 B씨가 퇴근길이었던 점을 고려해 순찰차로 주차장까지 동행했고, 이후에는 B씨 자택이 있는 경기 광주까지 귀가안심서비스로 이동을 도왔다.
이날 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A씨에게 관련 재범시 처벌 가능성을 알리는 경고장을 보냈다. 그러자 A씨는 항의하는 취지로 B씨에게 문자와 부재중 전화를 반복했다. A씨가 이틀동안 건 전화는 15차례, 전송한 문자 8차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모니터링으로 이를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고소장 접수를 설득했다.
결국 B씨는 지난달 10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소했고,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경찰은 즉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제한하는 긴급응급조치 1·2호를 결정하고 법원에 잠정조치 1~3호를 신청했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일까지 경찰 여성청소년과와 담당 수사관, 피해자보호팀(APO)은 총 5차례에 걸쳐 B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이 기간동안 A씨의 추가 연락이나 접촉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당초 B씨의 '스토킹 피해 등급'을 B등급으로 분류했다가, 이틀 뒤 전수합동조사를 거쳐 최고 등급인 A등급으로 올렸다고 밝혔다. 다만 남양주 스토킹 살인 이후 경찰청 본청 차원에서 도입된 '3단계 피의자 위험도 분류체계'에서는 A씨를 '고위험'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고위험은 △결별 이후 △외도 의심 사례 △관계성 범죄 관련 신고 3회 이상 △폭력성 징후 확인 △감금 △위치추적 이력 등 9가지 항목에서 3가지 항목 이상 해당하면 분류가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고위험 9개 항목 중 결별 요구 외에는 해당하는 부분이 없었다"며 "3개 항목 이상이어야 고위험 분류 및 적극 검토 대상이 되는데, 이는 의무가 아닌 가이드라인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A씨에 대해 유치장 구금이 가능한 잠정조치 4호나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직접적 접근이나 폭행 없이 문자·부재중 전화에 그쳤고,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A씨의 전과 등은 구속 요건인 주거지 부정이나 증거인멸 우려를 소명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종결될 수 있으나, 관련 사안에 대한 수사 자체는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며 "휴대전화 등 기록물도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5일 오전 3시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한 길거리에서 최근까지 약 4년간 교제했던 6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