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캥거루족' 시대…부모와 사는 청년 절반 육박

심리학자 "이제 가장 일반적인 생활 방식"
독립 실패보다 합리적 소비 인식 확산
주택 규제·건설 트렌드까지 바꿔

연합뉴스

성인이 돼서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미국 청년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비율이 높아지면서 부모와의 동거를 '독립 실패'가 아닌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난해 가계경제·의사결정 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성인의 49%가 부모와 함께 산다고 답했다. 이는 2019년보다 12%p 증가한 것이며,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은 25세 이상이었다.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 학자금 대출 부담 등이 미국 청년들의 독립 시기를 늦추며 성인기 문화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은 "20대 청년이 부모 집에서 사는 것은 한때 독립에 실패했다는 의미이자, 부끄러운 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이제 재정적으로 현명한 선택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일부에게는 장기적인 생활 방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금융서비스업체 '스라이번트'가 올해 봄 실시한 조사에서도 부모 집으로 돌아간 미국 청년의 약 55%가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부는 이를 숨기기는커녕 자신을 '집에서 사는 딸(stay-at-home daughter)'이나 '집에서 사는 아들(stay-at-home son)'로 소개하며 소셜미디어에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부모 집으로 돌아간 청년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후 기록적인 물가 상승과 임대료 급등으로 예상보다 훨씬 오래 부모와 함께 살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템플대 심리학과 로런스 스타인버그 교수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이 연령대 미국인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의 주택 구조와 관련 규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미국 일부 주에서는 부모 집 부지에 별채 형태의 보조주택을 짓기 쉽도록 규제를 완화했으며, 주택 건설업체들도 성인 자녀나 부모가 함께 살 수 있는 다세대 주거 형태를 늘리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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