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위조해 수출하거나 수출통제 대상 물품을 허가 없이 국외로 반출하는, 이른바 '무역안보 침해 범죄' 적발 규모가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관세청은 올해 5월 말 기준 7703억 원 규모의 무역안보 침해 범죄를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연간 적발액 6556억 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금액 기준 역대 최대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적발 건수는 총 31건으로, 유형별로는 국산 둔갑 우회수출 20건(5273억 원), 전략물자 불법수출 11건(2430억 원)이다.
국산 둔갑 우회수출은 외국산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고 나서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위장하거나 한국을 경유지로 활용해 재수출하는 방식이다. K-브랜드 이미지 편승, 고관세 회피, 반덤핑 규제 회피 등이 주요 목적이다.
대표 사례로 관세청은 외국산 전기 이륜차 배터리 4606점을 국산으로 가장해 제3국으로 수출한 사건을 적발했다. 해당 업체는 외국산 배터리 케이스에 한국산(Made in Korea·메이드 인 코리아)' 표기를 부착해 수입하거나 단순 조립·성능검사만 거친 뒤 재포장하는 방식으로 원산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수입가 대비 약 170% 가격으로 수출해 이익을 챙기고 국내 인증 마크까지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 규모는 약 30억 원이다.
반도체 장비를 이용한 관세 회피 사례도 적발됐다. 특정 국가의 반도체 장비 23만 점을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에 수출한 사건으로, 미국 수출 시 최대 50% 관세가 부과되는 점을 피하기 위해 한국 경유 구조를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업체와 미국인 공모자는 별도 가공 없이 한국산 표기를 부착해 재포장한 뒤 수출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규모는 약 120억 원이다.
또한 이차전지 전(全) 공정 제조설비를 수출 허가가 필요 없는 국가로 보내는 것처럼 꾸며 실제로는 허가 대상 국가로 우회 수출하려 한 6개 업체가 적발됐다. 적발 규모는 4768억 원으로, 관세청이 적발한 무역안보 침해 범죄 가운데 단일 사건 기준 최대 금액이다.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탑재된 인공지능(AI) 서버 816대를 허가 없이 수출한 사건도 적발됐다. 규모는 약 2500억 원으로, 여러 국가를 경유해 실제 목적지를 숨기는 방식으로 수출통제를 회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 파기 및 반송을 가장하는 등 조직적 범행도 확인됐다.
관세청 김정 조사국장은 "무역안보 침해 범죄는 국가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며 "데이터 분석과 국제 공조를 통해 차단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산업통상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과 공조를 강화해 첨단기술 유출과 우회수출 단속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