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사회연대경제 기업에 대한 부산지역 공공기관의 이용률이 4년 연속 3%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부산경실련)과 사회적경제부산네트워크는 6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부산지역 66개 공공기관의 사회연대경제 이용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회연대경제는 구성원의 협력과 민주적 운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으로,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4년째 못 넘는 '3%의 벽'…덩치 큰 기관이 평균 깎아내렸다
부산지역 66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사회연대경제 이용 금액은 620억원, 이용률은 2.88%였다. 1년 전(620억원·2.89%)과 비교하면 금액과 비율 모두 사실상 제자리다. 이용률은 2022년 2.94%, 2023년 2.83%, 2024년 2.89%에 이어 4년 연속 3%를 넘지 못했다.구매 규모가 큰 기관일수록 이용률이 낮았다. 부산대와 부산항만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수산부 본부 등 대형 5개 기관의 구매액은 5988억원으로 전체의 27.8%를 차지했다. 반면 이들의 합산 이용률은 1.01%에 그쳤다. 이들 기관을 빼면 전체 이용률은 3.61%로 올라간다.
기관 유형별 명암도 뚜렷했다. 부산시 출자·출연기관(4.43%)과 구·군(4.25%), 공사·공단(3.30%)이 평균을 견인한 반면, 부산항만공사·지방청(2.04%)과 이전 공공기관(1.88%), 부산시 본청·사업소(1.85%), 국립대학(1.46%)은 모두 3% 미만이었다. 협동조합과 마을기업까지 포괄한 부산의 이용률(2.88%)이 사회적기업만 집계한 전국 우선구매율(3.08%)에도 못 미친 셈이다.
부산시 본청 2년 연속 뒷걸음…구·군은 '32배 격차'
사회연대경제 확산을 선도해야 할 부산시는 오히려 하위권에 머물렀다. 본청·사업소·직속기관의 이용금액은 47억여원, 이용률은 1.85%로 전년(1.95%)보다 하락했다.특히, 본청 이용률은 2023년 9.83%에서 2024년 3.04%, 지난해 2.43%로 2년 연속 미끄러졌다. 구매 규모가 본청의 2배인 사업소·직속기관은 1.58%로 더 낮아 시 전체 비율을 끌어내렸다.
16개 구·군은 이용금액 290억원, 이용률 4.25%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부산시 산하기관 전체 이용액의 62%가 구·군에서 나왔다.
다만, 구·군 사이 편차는 컸다. 사하구가 16.65%로 압도적 1위였고 수영구 6.95%, 금정구 6.02%, 동구 5.50%, 강서구 5.36%, 해운대구 4.55%, 사상구 3.75%, 북구 3.68%, 남구 3.47% 등의 순이었다.
이어 연제구 3.46%, 서구 2.60%, 중구 2.57%, 부산진구 2.10%, 기장군 1.96%, 영도구 0.92%, 동래구 0.52%로 조사됐다. 최고 사하구와 최저 동래구의 격차는 32배에 달했다.
공사·공단 4년 연속 상승…개선은 교통공사뿐
부산시 5개 공사·공단은 이용금액 87억여원, 이용률 3.30%로 4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관별로는 부산도시공사 4.10%, 부산시설공단 3.97%, 부산관광공사 3.46%, 부산교통공사 3.17%, 부산환경공단 2.84% 순이었다.전년보다 이용률이 오른 곳은 교통공사(2.32%→3.17%) 한 곳뿐이었다. 시설공단(5.23%→3.97%)과 관광공사(4.31%→3.46%)는 하락폭이 컸고, 도시공사는 이용금액이 16억원에서 8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그나마 공사·공단 최대 구매처인 교통공사가 평균 수준을 지키며 전체 하락을 막았다.
출자·출연기관 4.43% '선두'…문화회관 9.79% 최고
17개 출자·출연기관은 이용금액 43억여원, 이용률 4.43%로 기관 유형 가운데 가장 높았다. 17곳 중 13곳이 3%를 넘겼다.부산문화회관이 9.79%로 가장 높았고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 8.59%, 부산경제진흥원 7.70%, 부산여성가족과평생교육진흥원 7.63%, 영화의전당 7.62%, 부산문화재단 7.32%, 부산정보산업진흥원 5.67%, 부산연구원 5.02%, 부산신용보증재단 4.47% 순이었다.
부산글로벌도시재단 4.43%, 벡스코 4.08%, 부산사회서비스원 3.47%, 부산디자인진흥원 3.13%, 부산의료원 2.34%, 부산테크노파크 2.12%, 부산기술창업투자원 1.66% 순이었다. 아시아드컨트리클럽은 1.49%로 최하위였다.
다른 유형과 달리 구매 규모가 큰 기관들이 일제히 실적을 개선하며 평균을 끌어올린 점이 눈에 띄었는데, 구매 규모가 가장 큰 부산테크노파크(274억원)의 이용률이 2.12%에 그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토관리청 45.93% '깜짝 1위'…항만공사가 평균 낮춰
부산항만공사와 8개 지방청의 이용금액은 32억여원, 이용률은 2.04%였다. 2024년 1.24%로 바닥을 찍은 뒤 반등했다.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45.93%로 가장 높았고 동남지방데이터청 42.80%, 부산지방보훈청 16.89%, 부산지방국세청 9.38%, 부산지방경찰청 3.29%, 부산지방고용노동청 2.98%, 부산항만공사 1.23%, 부산지방해양수산청 1.22% 순이었다. 부산지방식약청은 0.84%로 가장 낮았다.
국토관리청은 국도 관리 사업의 자재 구매처를 사회연대경제 기업으로 바꾸면서 이용률이 1년 새 8.10%에서 45.93%로 뛰었다. 사무용품이나 청소용역 같은 소액 품목을 넘어 토목 자재 같은 대형 품목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반면, 이 유형 구매액의 73.9%를 차지하는 항만공사(1천180억원)의 이용률이 1.23%에 그치면서 전체 평균을 끌어내렸다.
이전 공공기관 '최대 후퇴'…36% 급감
부산 이전 공공기관은 이용금액이 2024년 133억원에서 지난해 85억원으로 36% 급감했다. 이용률도 2.64%에서 1.88%로 떨어져 기관 유형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한국남부발전의 구매 규모가 2076억원에서 564억원으로 줄어든 데다, 이용률 1.01%의 해양수산부 본부가 새로 편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기관별로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11.08%로 가장 높았고 영화진흥위원회 6.56%,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4.68%, 영상물등급위원회 4.66%, 한국남부발전 3.42%, 한국자산관리공사 3.25%, 게임물관리위원회 2.38% 순이었다.
이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1.18%, 해양수산부 본부 1.01%, 한국해양과학기술원 0.94%, 주택도시보증공사 0.82%,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0.71%의 이용률을 보였다. 국립해양조사원과 한국예탁결제원은 시스템상 실적 추출이 어렵다며 '정보 부존재'로 회신해 조사에서 빠졌다.
국립대 1.46% '꼴찌'…이용금액은 2배 늘어
부산소재 4개 국립대학의 이용률은 1.46%로 모든 유형 가운데 가장 낮았다. 다만 이용금액은 16억원에서 3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어 증가 속도는 가장 빨랐다. 한국해양대가 5.78%로 가장 높았고 부경대 2.01%, 부산교대 0.98%, 부산대 0.95% 순이었다.지역내 4개 국립대 전체 구매금액의 74.1%를 차지하는 부산대 이용률이 0.39%에서 0.95%로 오르며 개선 흐름은 보였지만, 구매 규모를 감안하면 여전히 1%에 못 미치는 수준을 나타냈다.
경실련 "권고만으로는 한계…의무구매제 도입해야"
부산경실련은 올해를 사회연대경제 제도화의 원년으로 봤다. 13년간 표류하던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지난 3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4월 법제사법위원회를 잇따라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고, 지난달 30일에는 공공구매 의무화를 담은 정부 합동 '사회연대경제 발전 종합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다.이에 부산경실련은 구매목표율에 따른 구매계획 수립·실적 제출 의무화를 부산시 조례에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항만공사·국립대·이전 공공기관 같은 대형 기관에는 별도 목표를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사회연대경제 구매 배점을 높이고, 운영이 중단된 부산시 사회적경제기업 유통 플랫폼 'BS숍'을 정상화하는 것과 함께 민선 9기 조직개편에서 현재 팀 단위인 사회적경제 조직을 '사회연대경제과'로 승격하자는 요구도 내놨다.
부산경실련 관계자는 "공공구매가 4년째 3%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정체된 현실은 자율 권고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부산시와 공공기관은 단순한 수치 달성을 넘어 사회연대경제 기업과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기본법 시대의 과제에 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