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호주 잇따른 러브콜…'자원외교 선봉' 고려아연

[자원 무기화 막을 방패 '고려아연' ②]
美 통합제련소서 핵심광물 11종 포함, 비철금속 12종·반도체 황산 생산 예정
폐영구자석, 리사이클링·정제해 희토류 생산…100만 톤 규모 생산 능력 우선 확보
최윤범 회장, 대통령 전략경제특사 자격 캐나다 방문
25년 제련소 운영한 호주와도 협력 강화…최 회장 최근 호주 총리 예방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최근 미국 통합제련소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자원 무기화' 도전을 기회로…그 선봉에는 고려아연
②미국·캐나다·호주 잇따른 러브콜…'자원외교 선봉' 고려아연
(계속)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둘러싼 자원 무기화 흐름이 강해지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 국가들이 먼저 핵심 광물 생산 능력과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의 가치를 알아보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고려아연은 각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해외 투자·협력을 확대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등 민간 자원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려아연, 美 정부 지정 핵심광물 11종 등 생산…희토류·게르마늄 포함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가 약 74억 달러(약 11조 원)를 투자해 대규모 통합제련소를 짓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내년 1월 착공하며 본격화된다. 핵심 광물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춰 자원 무기화에 대비하겠다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합작법인 '크루서블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는 2029년 통합제련소 완공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완공 후 아연과 연(납), 동을 시작으로 인듐, 갈륨 등 미국 정부가 지정·관리한 핵심광물 11종을 포함한 비철금속 12종과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황산을 생산할 예정이다.

해당 제련소는 미국 연방정부의 인허가 패스트트랙 제도인 FAST-41을 적용받고 있으며 미국 국방부와 상무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려아연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제련소 부지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리사이클링해 전략 광물을 추출할 예정이다. 또 제련소 소유 광산 2곳을 통해 들여온 원료를 사용해 제련소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미국 의회 실무대표단이 최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방문했다. 고려아연 제공

또 고려아연은 미국 기업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폐영구자석을 고순도 희토류 산화물로 리사이클링·정제해 희토류를 생산하기로 했다. 생산 시설은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인 페달포인트가 보유한 사업장 부지에 구축될 예정이다.

내년까지 희토류 생산 시설을 상업적으로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간 100톤 규모의 고순도 희토류 산화물 처리와 생산 능력을 우선 확보한 후 단계적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과 지난해 8월 게르마늄 공급·구매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하기도 했다. 록히트마틴은 향후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에서 생산될 게르마늄 전량을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최근 고려아연과 포스코를 사례로 언급하며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정·제련 기술력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들이 보유한 정·제련 역량을 미국 공급망과 연계할 경우 상업성과 전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윤범 회장, 대통령 전략경제특사 자격 캐나다 방문…호주 정부도 러브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초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한-캐나다 에너지 자원 공급망 협력 포럼(Korea-Canada Energy Resources Supply Chain Cooperation Forum) 연사로 참석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한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와의 투자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올린 고려아연의 친환경 기술력과 운영 경험을 활용한다면 단순 협력을 넘어 한국·미국·캐나다를 잇는 공급망 협력의 핵심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양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미 캐나다에서 대형 아연 제련소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두 제련소에서 발생하는 잔재물에서 회수할 수 있는 유가금속만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달 초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 전략경제협력특사 자격으로 이끈 민관합동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캐나다를 방문해 정부와 광산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에서 추진 중인 통합제련소를 캐나다의 광산·제련 산업과 연계해 북미 지역 원료 조달망을 확보하는 방안 역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광산기업과의 원료 구매와 광산 개발 협력도 확대도 기대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유콘주의 '커즈 제 카야' 광산에서 생산되는 아연 정광을 구매하는 오프테이크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캐나다 광산기업 텍리소스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아연 탐사 프로젝트도 추진 중인데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연간 약 10만 톤 규모의 아연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최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고려아연 제공

호주와의 협력 강화도 계속되고 있는데 고려아연은 30년 전인 1996년 이미 호주에 법인을 설립하고 제련소를 건립해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자회사 호주 아크에너지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조성 사업에도 뛰어들었는데 아크에너지는 최근 리치몬드밸리 태양광·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프로젝트의 연방정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데 이어 전력망 연결을 승인받았다. 호주 정부의 각종 심사와 주요 인허가 절차를 모두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아크에너지는 지난해 10월 NSW 주정부로부터 개발계획 승인을 획득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호주 연방 기후변화·에너지·환경·수자원부(DCCEEW)로부터 환경영향평가 승인을 받았다.

리치몬드 밸리 프로젝트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북동부 리치몬드 밸리 지역 내 머틀 크리크(Myrtle Creek) 인근에 2200MWh(저장 용량, Energy Capacity)·275MW(출력 용량, Power Capacity) 규모의 BESS와 함께 200MW급 태양광발전소를 구축하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사업이다.

일각에선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 통합제련소 프로젝트에 이어 호주 북퀸즐랜드에 핵심광물을 가공할 수 있는 통합제련소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회장은 최근 호주 현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연방총리를 예방한 데 이어 데이비드 크리사풀리 호주 퀸즐랜드주 수상과 만났다.

이밖에 자회사 아크에너지는 또 산업통상부 지원을 받아 '그린암모니아 기반 그린수소 저장과 최적 운송 모델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호주에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안전하게 저장해 국내 또는 다른 국가로 운반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한 광범위한 해외 투자와 협력이 착착 진행되면서 고려아연은 전세계 규모의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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