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권리부터 정책 참여까지' 춘천이 그리는 아동친화도시

강원CBS 기획 <아이가 행복한 도시의 조건-춘천 아동친화도시의 미래>
실무추진단·추진위원회·옴부즈퍼슨 중심 거버넌스 체계 강화
아동참여단 정책 반영 확대…'보호'에서 '참여' 중심으로 전환
놀이·안전·복지·교육 아우르는 23개 전략사업 추진
"아동이 행복한 도시" 목표로 재인증·상위단계 인증 준비 본격화

2025년 아동친화도시 추진위원회 및 아동참여단 회의. 춘천시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놀 권리부터 정책 참여까지…춘천이 그리는 아동친화도시
② 아동이 정책을 바꾸고, 도시가 삶을 바꿨다…성북구·부산의 실험
③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도시의 품격을 말한다"

'아동이 행복한 도시' 향해…춘천시 재인증 준비 

강원 춘천시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재인증을 앞두고 정책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아동친화도시 추진위원회와 아동권리옹호관(옴부즈퍼슨), 실무추진단을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한편, 아동의 놀 권리 증진 조례 제정과 전략사업 추진을 통해 아동 권리 보장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아동친화도시는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복지사업을 많이 시행하는 도시를 의미하지 않는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18세 미만 모든 아동이 충분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아동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독립된 권리 주체로 인정하는 지역사회를 뜻한다.

춘천시는 2023년 12월 1일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 기간은 2027년 11월 30일까지 4년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2026년 7월 기준 129개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친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13개 지자체가 인증에 성공했다.

아동친화도시 인증은 한 번 받으면 끝나는 제도가 아니다. 인증 이후에도 정책 추진 실적과 거버넌스 운영, 아동 참여 체계 등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며 인증 기간이 종료되면 재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춘천시가 최근 위원회와 옴부즈퍼슨 운영 계획을 새롭게 마련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시는 재인증 과정에서 정책 추진의 연속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 내부와 외부 전문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아동참여단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어린이날 소방관 직업체험. 춘천시 제공

실무추진단·추진위원회 중심 아동친화도시 체계 강화

재인증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심축 역할을 하는 조직은 아동친화도시 실무추진단이다.

실무추진단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가치와 원칙을 행정 전반에 반영하고 부서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운영되는 내부 정책조정기구다. 2023년 10월 구성됐으며 현재 부시장을 단장으로 복지국장과 아동정책과장, 관련 부서장 등 총 15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이 조직은 단순한 회의체를 넘어 아동친화도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전략사업 발굴과 추진은 물론 아동권리협약 이행을 위한 정책 총괄·조정, 아동 의견의 정책 반영, 부서 간 협업 체계 구축 등을 담당한다.

특히 교육도시과와 여성가족과, 문화예술과, 녹지정원과, 시립도서관 등이 참여하는 '아동의 놀이와 발달' 분과와 재난안전담당관, 교통과, 건강관리과, 마음건강과 등이 참여하는 '아동의 안전과 보호' 분과를 운영하며 분야별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아동친화도시 정책이 특정 부서의 개별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시정 전반의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친화도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복지와 교육, 문화, 안전, 교통 등 다양한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행정 내부의 실행 체계를 담당하는 실무추진단과 달리 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자문하는 역할은 아동친화도시 추진위원회가 맡는다.

추진위원회는 아동친화도시 조성 정책의 기본 방향과 계획 수립, 교육·홍보, 주요 현안 등을 심의·자문하는 민관협력기구다. 학부모와 아동 관련 기관·단체 대표, 춘천시의회 추천 의원, 공무원, 아동참여단 단원, 관련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위원 수는 15명 이내, 임기는 2년이다.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처음 10명 규모로 출범한 이후 2021년 재위촉을 거쳐 활동을 이어왔으며, 2024년에는 새로운 위원회가 구성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위원회는 아동친화도시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위원회 구성에 아동참여단 단원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정책의 대상인 아동이 직접 정책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으로, 최근 아동정책이 보호 중심 행정에서 참여 중심 행정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아동정책이 어른의 시각에서 아동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아동 스스로 의견을 제시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아동참여단의 위원회 참여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제도로 평가된다.

아동친화도시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최근 2년간 활동했던  고윤순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는 "아동친화도시 추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보면 중소도시에 속하는 춘천시이지만 강원도에서는 두 번째로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고 현재 재인증을 위한 연구용역비 편성과 실무추진단 구성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적극성은 아동이 살기 좋은 아동친화도시를 만드는 최대 강점이다"고 말했다.

통합관제센터에서 아이들 등굣길을 모니터링하는 춘천시청 공무원들. 춘천시 제공

23개 전략사업으로 그리는 아동친화도시 춘천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독립적인 견제 장치도 마련돼 있다. 춘천시는 2020년부터 아동권리옹호관(옴부즈퍼슨)을 운영하고 있다. 옴부즈퍼슨은 아동의 입장에서 권리를 대변하는 독립기구로, 정책과 제도, 자치법규, 서비스 개선을 위한 자문과 제언을 수행한다.

또한 아동 권리 침해 사례를 발굴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구성은 사회복지와 아동복지, 법률, 인권 분야 전문가 등 5명 이내로 이뤄진다.

2020년에는 아동 개인정보 침해 사례에 대한 자문을 실시했고, 2023년에는 아동정책영향평가 대상 사업에 대한 자문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경계선지능인 지원 사업과 관련해서도 지원계획 수립, 인식개선 사업, 가족 지원 사업 등에 대한 자문 역할이 제시되고 있다.

아동친화도시 정책에서 옴부즈퍼슨의 존재는 단순한 자문기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리 침해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아동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정책 실행 측면에서도 춘천시는 다양한 전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전략사업은 총 23개다. 어린이 모험놀이터 조성과 장난감 축제 운영, 춘천인형극제 개최, 공원 정비 사업 등 놀이·문화 분야 사업을 비롯해 아동친화모니터단 운영, 아동정책 참여 플랫폼 운영, 청소년참여위원회 운영 등 참여 분야 사업이 포함돼 있다.

안전 분야에서는 방범용 CCTV 운영과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꿈자람나눔터 운영 지원,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증진 사업, 공동육아나눔터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교육환경 분야에서는 춘천형 마을돌봄교육공동체를 운영, 가정환경 분야에서는 춘천드림스타트 사업과 장난감 어린이도서관 운영 등이 추진되고 있다.

조례 제정·거버넌스 강화… 아동친화도시 '실질적 변화'에 방점

최근 제정된 '춘천시 아동의 놀 권리 증진 조례'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춘천시는 학습 중심 사회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는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해 조례를 마련했다. 조례에는 놀이환경 조성, 놀이프로그램 개발·보급, 안전관리 강화, 아동 의견 반영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아동친화도시 정책이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아동의 일상과 성장 환경 전반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동친화도시의 성과는 인증 획득 여부보다 실제로 아동의 삶이 얼마나 변화했는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춘천시가 구축하고 있는 추진위원회, 실무추진단, 옴부즈퍼슨 체계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아동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실질적인 거버넌스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춘천시 아동정책과 관계자는 "춘천시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이후 아동의 참여권과 놀권리, 안전한 성장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재인증은 물론 상위단계 인증까지 차질 없이 준비해 모든 아동이 행복하고 존중받는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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