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장당한 미국 대표팀 스트라이커 폴라린 발로건의 징계 번복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 축구계에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의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해 판정 재고를 요청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FIFA는 개최국 미국과 벨기에의 16강전을 단 하루 앞두고, 직전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았던 발로건의 출전정지 징계를 1년간 유예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당장 미국과 맞붙는 벨기에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인판티노 회장이 축구를 정치로 오염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역대 월드컵 무대에서 나온 189장의 레드카드 중 출전정지 처분을 피한 경우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1962년 칠레 월드컵 당시 브라질의 가린샤가 퇴장 후 결승전에 출전한 사례가 있으나, 당시는 자동 출전정지 제도가 없었던 만큼 명문화된 규정이 번복된 것은 축구 역사상 전례가 없다.
유럽 정계와 축구계 거물들은 일제히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벨기에 사회당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를 기쁘게 하려고 규정을 바꾸고 편법을 쓰다니 FIFA와 월드컵 모두에 참담한 일"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방 브루그스트레트 유럽의회 의원 역시 "트럼프가 개입하자마자 퇴장이 갑자기 부당한 판정으로 둔갑했다"며 FIFA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것을 꼬집었다.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예정인 위르겐 클롭 감독은 "진짜 트럼프와 인판티노가 합의해 내린 결정이라면 미친 짓"이라며 축구를 모르는 이들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도 SNS를 통해 "레드카드는 정치적 화폐로 취소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수위를 높였다.
그간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행사에 참석하고 'FIFA 평화상'을 신설해 수여하는 등 축구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미 영국 비영리단체 페어스퀘어와 유럽의회 의원 50명이 해당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어 이번 사태의 배후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FIFA 측은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가 독립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표결 여부를 비롯한 구체적인 과정과 보고서를 일절 공개하지 않아 스스로 의혹을 키우는 모양새다.
이에 벨기에축구협회는 FIFA 항소위원회에 즉각 항소했다. 현지 매체 브뤼셀타임스는 이유서 제출 마감 시한이 임박해 시간적으로 촉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 팀의 16강전은 한국시간으로 7일 오전 9시에 킥오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