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만 6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차세대잠수함도입사업(CPSP)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이 탈락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CPSP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TKMS와 한화 양사의 플랫폼 모두 캐나다 해군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며 경쟁이 치열했음을 암시했다.
카니 총리는 "계약 조건에 따라 투자액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이 캐나다 내에 재투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TKMS가 기존에 독일·노르웨이 해군이 발주한 잠수함 물량 일부를 캐나다에 먼저 배정하기로 제안함에 따라 캐나다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진 2034년에 잠수함 첫 4척을 조기 인도받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TKMS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잠수함의 3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탈락한 한국에 대해 "한국의 실망감을 이해한다"면서도 "캐나다와 한국이 협력하는 분야는 이외에도 많고, 한국은 캐나다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이재명 대통령과 길고 친밀한 대화를 나누며 이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24시간 이후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만날 예정인 만큼 다른 전략적 현안을 논의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민관군 총력전에도… 결국 넘지 못한 나토의 벽
이번 사업은 잠수함 12척의 순수 건조와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종합 군수지원 및 수명주기 정비(MRO)를 모두 합쳐 사업비만 총 약 6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국방 조달 사업이다. 이런 규모는 국내 방산 사업은 물론이고 전 세계 해군 무기체계 조달 역사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메가 프로젝트'다.
캐나다 정부가 지난해 8월 한화오션과 독일 TKMS를 '숏리스트' 최종 2개 업체로 선정한 이후 정부와 조선업계는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왔다. 한화오션은 빠른 납기, 대규모 조선 생산 역량, 검증된 한국 해군 잠수함 건조 경험, 캐나다 맞춤형 산업협력 패키지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TKMS는 독일과 노르웨이의 212CD 계열 잠수함을 기반으로 유럽 방산 협력 경험과 NATO 운용 경험을 강조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한화오션은 모기업인 한화그룹의 전방위적 지원을 등에 업고 수주전에 나섰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캐나다의 철강, AI, 위성통신, 우주, 전자광학 분야 기업인 알고마 스틸(Algoma Stee)l, 코히어(Cohere), 텔레샛(Telesat) 등과 광범위한 MOU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온타리오조선소와 전략적 MOU를 체결하고, 모호크대학과 함께 3자 투자의향서(LOI) 체결을 통해 온타리오 지역의 대형 조선 역량 회복, 기술이전, 생산관리, 품질관리, 스마트 조선소 기반 첨단 공정 도입 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수주시 캐나다 내 장기 유지운용과 조선산업 생태계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정부, 캐나다 주요 해군 함정 건조 경험이 있는 어빙조선소와 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했고 한화그룹은 캐나다 앨버타주 정부와 에너지, 방산, 조선 등 핵심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을 추진했다.
프로젝트의 엄청난 규모만큼 정부차원의 지원도 이어졌다. 정부는 캐나다에 수소 화물 트럭 생산과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일명 '프로젝트 비버'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안하며 힘을 보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올해 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특사단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해 잠수함 수주전을 지원했다. 강 실장과 김 장관은 최근에도 각각 캐나다를 찾아 잠수함 수주 지지를 요청했다.
이같은 총력전에도 끝내 독일의 벽은 넘지 못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양사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화오션이 제안한 3천600t(톤)급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은 이미 실물이 건조돼 운용 중인 플랫폼이라는 것이 강점이다. 선행 모델인 도산안창호 잠수함(장보고-Ⅲ 배치I)을 캐나다 서부 해군기지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결국 캐나다와 같은 나토 회원국이라는 점이 독일의 최종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 "글로벌 시장서 도약할 길 반드시 찾겠다"
한화오션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하자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다짐했다. 한화오션은 7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우리 잠수함의 뛰어난 성능, 해군의 성공적인 잠수함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나토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진인사(盡人事)의 자세로 임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결과는 전적으로 한화오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수주 경쟁을 통해 확인된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해 확실한 대안을 강구하고 'K-해양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과 열과 성을 다해 지원해 준 정부와 국회, 해군, 방위사업청 등 군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한화오션 컨소시엄의 탈락이 확정되자 "정부와 기업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대응해온 만큼, 이번 결과가 기대했던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과거 독일로부터 잠수함 기술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잠수함 원조국과 성능과 납기 등 모든 기술능력 면에서 대등하게 경쟁했다는 점은 우리 방산 기술력의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방사청은 "신속하게 방산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추진해 기술 격차를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며 "획기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주요 방산시장에 확실히 진입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과정을 통해 형성된 캐나다와의 협력관계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니 총리는 이날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과정에서 "만약 (TKMS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캐나다는 예비 공급업체인 한화오션을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하고 그들과 협상을 진행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