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89조 원을 돌파하며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분기 실적 기록을 새로 썼다. 작년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성과보다 두 배 넘는 이익을 단 한 개 분기 만에 벌어들인 깜짝 실적으로, 글로벌 유수의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마저 뛰어넘은 신기록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이 171조 원, 영업이익은 89조 4천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27.74%, 영업이익은 56.21% 증가한 액수다. 이번 잠정치는 시장 예상치(매출 169.3조 원·영업이익 85.5조 원)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영업이익은 작년 연간 집계치인 43조 6011억 원의 2.05배에 달했다.
이 같은 신기록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실적마저도 추월한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올해 2~4월(2027 회계연도 1분기) 영업이익은 535억달러(81.9조 원)였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397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384억달러), 애플(359억달러), 아마존(239억달러), 메타(229억달러)의 1분기(1~3월)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호실적은 더욱 부각된다.
특히 노사 합의에 따른 반도체 성과급 충당금이 반영된 이후에도 영업이익이 90조원에 육박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시장에선 성과급 충당금 규모를 13~16조 원 규모로 보고 있다. 충당금 반영 전 영업이익은 100조 원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액을 달러로 환산하면 약 1117억 3천만달러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천억달러' 클럽에 입성한 것이다. 애플, 알파벳, 아마존, 월마트 등 소수의 기업만 올랐던 고지다.
이번 잠정실적에는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와 맞물린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설루션)부문이 90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장 시각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과 DDR5 등 고성능 D램 판매가 크게 늘었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비롯한 낸드플래시(낸드) 제품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는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는 공급자 우위의 환경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인 디램과 낸드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수배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만 해도 범용 디램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58~63% '점프'했다. 낸드 가격 역시 같은 기간 상승률이 55~60%에 달했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는 소비자의 부담 심리가 반영돼 상승폭이 줄겠지만, 공급 부족에 따른 메모리 가격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런 환경 속 삼성전자는 글로벌 디램, 낸드 시장에서 선두주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1분기에 디램과 낸드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매출 기준) 38%, 29%를 기록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설명회(컨퍼런스콜) 때 시장 환경과 관련해 "당사는 공급 가용량이 고객 수요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고, 수요 대비 공급 충족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공급 부족을 우려한 고객들로부터 내년 수요가 미리 접수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메모리 초호황기가 단기간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탄탄한 메모리 기술력은 최대 실적 행진의 핵심 원동력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공급 중이다. 지난 2월 양산 출하 후 약 4개월 만에 이 제품의 누적 매출은 1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HBM4 공급 3개월 만인 지난 5월엔 7세대 제품인 HBM4E 샘플도 업계에서 가장 먼저 공급하며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업은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 처리해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에 탑재된 AI의 연산을 뒷받침하는 낸드 기반 메모리 설루션 UFS 5.0도 최근 최초 개발해 4분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