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비하 응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교사 10명 중 9명은 최근 1년 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혐오·역사왜곡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 2~6일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사 1109명을 대상으로 한 '혐오·역사 왜곡 표현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최근 1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 왜곡 표현을 접한 교사는 전체 응답자의 89.3%에 달했다. 직접 목격이 73.9%, 전해 들은 경우가 15.4%였다.
학생의 혐오 표현을 들어봤다는 교사들의 77.3%는 '쉬는 시간 등 학생 간 대화'에서 이런 표현을 접했다. '수업 중 발언'도 52.6%나 됐다.
교사들은 배재고 사태를 일부 학생의 비행이 아닌 청소년 사이에 퍼진 '조롱의 놀이화'가 낳은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교사의 88.4%는 이를 특정 학생의 일탈이 아닌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의 결과'로 진단했다.
배재고 사태를 유발한 근본적 원인(복수응답)으로는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의 확산'(94.0%)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정치권·언론의 혐오와 조롱의 언어'(74.4%),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민원 부담으로 인한 쟁점 교육 위축'(62.0%) 순이었다.
향후 마련돼야 할 대책(복수응답)으로는 '학교생활규정에 혐오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 명시'(55.8%), '플랫폼의 혐오·극단주의 콘텐츠 추천 책임 강화'(49.9%), '교육부 차원의 혐오표현 대응 매뉴얼 및 표준 지도안 보급'(42.4%),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및 쟁점 교육 보호'(41.8%), '혐오표현 대응 교사에 대한 법률지원 및 민원 대응 체계 마련'(40.6%) 등이 거론됐다.
학생들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 주로 접하는 경로…유튜브·인스타그램
전교조는 같은 기간 전국 초6~고3 1636명을 대상으로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학생의 62.5%는 배재고 사태를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재고 사태를 알고 있는 학생 중 80.6%는 '다른 사람이나 지역, 역사적 아픔을 조롱하는 표현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최근 1년 동안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접한 '혐오·차별·조롱·역사왜곡 표현' 중 가장 높은 노출률을 보인 것은 '외모, 성적, 가정환경, 지역, 말투 등을 조롱하는 표현'이었다. 1회 이상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53.5%였고, '자주 있음'도 30.3%였다. 이어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죽음, 사고, 비극을 조롱하는 콘텐츠'를 1회 이상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51.2%였고, '자주 있음'은 27.7%였다.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표현'은 47.7%, '생각이 다른 사람을 특정 정치 성향으로 몰아붙이는 표현'은 47.3%, '역사적 사건이나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장난처럼 다루는 표현'은 46.8%, '정치·사회 문제와 관련된 가짜뉴스나 음모론'은 45.3%,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은 44.9%가 1회 이상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콘텐츠를 접하는 경로(복수응답)로는 유튜브(53.1%)와 인스타그램(51.6%)이 가장 많았다. 이어 틱톡(33.6%), 학교 친구들과의 대화(19.9%), 게임 채팅(13.7%), X(옛 트위터·13.8%) 순이었다.
전교조는 "배재고 사건은 일부 학생의 일탈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온라인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이 학교와 교실, 학생 문화로 안으로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경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 대응은 학교 현장에만 맡겨둘 수 없으며 교사와 학생을 보호하는 제도·법적 기반, 온라인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민주시민·인권·역사교육 강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