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수출 급증으로 금융사 이외 국내 기업들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에서는 은행 예금에서 주식 투자로 자금이 이동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8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84조 3천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51조 9천억원)보다 크게 늘어났다. 순자금운용액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이다.
특히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운용액은 지난해 4분기의 1천억원에서 20조 8천억원으로 200배 넘게 급증했다.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이다. 종전 최대치는 2024년 1분기의 5조 8천억원이다.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운용액은 2024년 2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계속 마이너스였다.
원인은 역시 반도체였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이날 "비금융법인은 일반적으로 실물 투자가 금융 투자보다 많은 자금 부족 주체지만, 1분기 반도체 경기 호조로 인한 영업이익 급증으로 큰 폭의 여유 자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가계(개인사업자 포함)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도 전 분기 67조원에서 79조 2천억원으로 확대됐다. 연초 상여금 유입 등으로 소득이 늘어난 가운데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여유자금이 증가했다.
대출 등 자금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1분기 자금 운용 규모는 전 분기(84조 3천억원)보다 늘어난 96조 3천억원이었다. 특히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 규모는 전분기 34조원에서 61조 4천억원으로 크게 늘어 전체 3분의2 가까이 차지했다.
금융기관 예치금도 12조 8천억원에서 29조 4천억원으로 확대됐는데 상당 부분은 증권예탁금이 늘어난 것이었다. 김 팀장은 "은행예금은 많이 줄어든 반면, 주식예탁금이 많이 늘어나는 등 주식 쪽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가계가 올해 1분기에 조달한 자금은 17조 1천억원으로 대출 규제 등으로 금융기관 차입이 줄면서 전 분기보다 2천억원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말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5.3%로 지난해 4분기(88.1%)보다 2.9%p 하락했다.
김 팀장은 "1분기 가계부채는 0.6% 정도 증가한 반면, 명목 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4% 정도여서 가계부채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반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재정 신속 집행으로 정부 지출이 수입을 웃돌면서 19조원에서 23조 3천억원으로 확대됐다. 국외부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84조 3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53조 3천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