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하는 고약한 짓들"
가수 하림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화환 문화를 두고 "기괴하다"며 작심 비판했다.
하림은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언젠가부터 정치적 공격을 근조화환으로 하는 기괴한 문화가 생겼다. 죽음을 연상시켜 받는 이의 기분을 망치겠다는 악의적인 의도"라며 "화환의 리본들은 거리에 그대로 노출된 '오프라인 댓글'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몇 년 전 법원 앞을 지날 때 한쪽에는 근조화환이, 다른 한쪽에는 응원 화환이 즐비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 앞을 지나면서 '꽃집 대박 났겠네', '저 쓰레기는 누가 치우나'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이 기형적인 유행 덕에 꽃집들은 잠시 매출을 올릴지 모르겠지만, 길가에 늘어선 화환들에서는 꽃이 주는 기쁨이나 생명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그저 고약한 습성이 만들어낸 '꽃 낭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의 조롱성 응원 구호 논란 이후 학교 앞에 근조화환과 응원 화환이 잇따라 놓인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림은 "며칠 사이 배재고등학교에 이러한 화환들이 늘어서 있다고 한다. 누가 아이들의 학교 앞에까지 근조화환을 보내는가"라며 "죽은 이의 넋을 기리며 순수한 애도의 자리에 쓰이던 '근조'라는 엄숙한 단어가 어떻게 오늘날 살아있는 이를 조롱하는 단어로 타락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 이슈에 편승하려 보내는 응원의 화환도 마찬가지"라며 "꽃은 누군가를 때리는 데 쓰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가 무슨 잘못을 했든 간에 혐오의 잔재 사이를 뚫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어떤 기분을 느끼겠는가"라며 "다 무섭고 다 싫고 다 밉지 않을까. 세상은 원래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는 곳이라고 아이들이 무의식중에 학습하게 될까 두렵다. 극단주의는 이렇듯 일상 속에 스며든 혐오의 감정이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슬픔을 다독이거나, 차마 전하지 못한 사랑을 고백할 때 꽃을 건넸다"며 "과거엔 폭력적인 총구에 꽃을 꽂아 평화를 말하던 이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봄이면 피어나는 벚꽃처럼 꽃은 늘 살아있는 것들의 편이었다"고 짚었다.
또, "타인을 해치기 위해 무기화된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며 "우리마저 이 혐오의 방식에 익숙해지기 전에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지켜내는 최소한의 품격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앞서 배재고등학교 정문에는 이번 사안을 비판하는 근조화환과 이를 옹호하는 응원 화환이 함께 놓이면서 논란이 정치권까지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는 글귀가 쓰인 응원 화환을 보내자 대구참여연대는 "문제를 풀어가는 마당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전도된 가치관, 저급한 정치"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 선수들과 일부 학부모, 교사 등 80여 명은 이날 광주제일고를 방문해 피해 학생 선수들에게 사과한 뒤,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