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단계에서 단순 사기 범죄로 묻힐 뻔한 사건이 검찰의 보완 수사로 수백억 원대의 대규모 신종 금융 사기 범죄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업체 대표를 직접 구속하는 등 범죄 전모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재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렌탈업체 대표 A(57)씨와 이사 B(55)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또한 배임수재 혐의로 캐피탈 업체 직원 C(43)씨를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A씨와 B씨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경남 창원에서 의료기기 등 종합렌탈업체를 운영하면서 정상적 대가를 받고 물품을 빌려주는 것처럼 이용자와 허위 계약을 맺고 이를 근거로 캐피탈 업체 등 4개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속여 140억여 원을 지급받아 편취한 혐의가 있다. 여신금융회사는 정상적 거래라 판단하고 렌탈료 채권을 양도받아서 A씨 업체에 할인된 금액으로 지급했고, A씨 업체는 10%의 수수료를 수익으로 자신이 먹은 뒤 나머지 대금을 허위 렌탈 계약 이용자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들은 전국에 200여 명으로 추산되는데, 대부분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일반적인 방법으로 대출 등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A씨 업체는 이를 노리고 허위 렌탈 방식을 설명해주면서 계약을 맺고 채권을 여신전문금융기관에 싼값에 넘겼고, 여신금융기관은 결국 연체나 회수불능 등으로 이용자들에게 돈을 받기 쉽지 않았다. 이처럼 A씨 업체는 사실상 여신금융기관 자본으로 대부업을 하고 채권 회수 위험을 금융기관에 전가한 셈이었다.
또한 여신전문금융기관의 직원과 A씨 업체와 부정한 관계도 있었다. C씨는 수년간 자신이 근무하는 캐피탈 업체에서 금융심사 편의제공 등 대가로 A씨로부터 2억 원 상당의 금전과 고급승용차를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 등이 없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애초 이 사건은 2024년 7월 렌탈 이용자 1명이 자금 3천만 원을 갚지 않는다는 한 캐피탈 업체의 고소건에 대해 경찰이 송치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때 검찰은 A씨 업체가 연루돼 있어 공모 여부 등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보완수사 요구를 했지만 경찰은 재송치했다.
이에 검찰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으로 직접 보완 수사에 나섰고 최초 경찰 사건 송치 기준으로 2년 만에 이 같은 중간 수사 결과를 내놨다. 창원지검 최나영 차장검사는 이날 "경찰 수사 과정에서 렌탈 계약 이용자만 송치되는 등 A씨 업체가 관여된 범행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해 사건이 암장될 뻔 했다"며 "하지만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한 결과 이처럼 사건의 구조와 실체를 규명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기준으로 140억 원대로 범행 규모로 보고 1차 기소했지만, 허위 렌탈을 하는 범행 방법이나 여신금융기관의 자금이 400억 원 투입된 만큼 대규모 신종 금융사기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 중이다. 기관의 내부 심사 부실 여부나 허위 계약 이용자의 법적 문제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