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검색,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시대. 박영규의 '디지털 문명과 AI혁명'은 오늘의 AI 혁명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한 세기 동안 이어진 천재들의 상상력과 도전이 만든 결과임을 보여준다.
책은 디지털 문명의 진화를 다섯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16명의 인물을 따라간다. 앨런 튜링, 클로드 섀넌, 존 폰 노이만, 데니스 리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팀 버너스 리, 래리 페이지, 제프리 힌턴 등이 그 주인공이다.
출발점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튜링의 질문이다. 섀넌은 정보를 0과 1의 신호로 설명했고, 폰 노이만은 오늘날 컴퓨터 구조의 기초를 세웠다. 생각을 계산으로 바꾸려는 이들의 시도가 디지털 문명의 토대가 됐다.
이론은 반도체와 트랜지스터를 거치며 현실의 기술이 됐다. 쇼클리, 노이스, 무어는 반도체 시대를 열었고, 데니스 리치와 켄 톰프슨은 C언어와 유닉스로 현대 소프트웨어의 문법을 만들었다.
이후 컴퓨터는 개인의 책상 위로 들어왔다. 엥겔바트의 마우스, 잡스와 게이츠의 개인용 컴퓨터, 빈트 서프의 인터넷, 팀 버너스 리의 월드와이드웹, 래리 페이지의 검색 기술은 세계를 연결된 정보 공간으로 바꿨다.
마지막 무대는 인공지능이다. 'AI 겨울'에도 신경망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제프리 힌턴은 딥러닝의 길을 열었고, 튜링의 오래된 질문은 오늘의 AI 혁명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문명과 AI혁명'은 기술 연표가 아니라 문명을 바꾼 상상력의 기록이다. 인간의 사유가 어떻게 기계가 되고, 그 기계가 다시 인간 사회를 바꾸는지를 흥미롭게 따라가는 인문적 기술사다.
박영규 지음 | 통나무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기술이 질병과 빈곤, 노동과 자원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인간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닉 보스트롬의 '딥 유토피아'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전작 '슈퍼인텔리전스'에서 초지능 인공지능의 위험을 경고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초지능 개발이 성공한 이후의 세계를 상상한다.
책이 다루는 것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안전하며, 인간이 생존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가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다.
저자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유토피아의 문제'를 주제로 여섯 차례 강연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논의를 펼친다. 경제와 인구, 노동, 여가, 쾌락, 삶의 의미가 차례로 다뤄진다.
케인스는 경제가 성장하면 인간이 주당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 세계에서 노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책은 풍요가 곧 자유와 의미를 보장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다.
보스트롬은 로봇과 인공지능, 가상현실이 성숙한 사회에서 인간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지 탐색한다. 노동이 필요 없는 세계에서도 인간은 성취감과 목적, 관계와 놀이를 계속 원할 수 있다.
핵심 질문은 지루함과 의미다. 고통과 결핍이 사라진 뒤에도 삶은 여전히 깊이를 가질 수 있을까. 완벽한 세계에서도 인간은 흥미를 느끼고, 무언가를 추구할 수 있을까.
'딥 유토피아'는 AI가 인간을 위협할 것인가라는 익숙한 질문을 넘어선다.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뒤에도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원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닉 보스트롬 지음 | 김의석 옮김 | 까치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인공지능에게 묻고, 곧바로 답을 얻는 시대다. 그렇다면 인간의 호기심은 이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대니 바셋과 페리 저른의 '에지워커'는 호기심을 단순히 모르는 것을 알아내려는 욕구로 보지 않는다. 저자들은 진짜 호기심은 답을 얻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지식과 지식, 사람과 사람, 나와 세계를 계속 연결하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책의 제목인 '에지워크'는 점과 점을 이어 선을 만들고, 흩어진 정보를 관계 속에 놓는 실천을 뜻한다. AI가 정답을 빠르게 제시할 수 있다면, 인간에게 더 중요해지는 능력은 질문을 확장하고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대니 바셋과 페리 저른은 일란성 쌍둥이다. 바셋은 신경과학과 네트워크 과학을 통해 뇌와 호기심을 연구해온 과학자이고, 저른은 호기심을 권력과 정치, 사유의 문제로 탐구해온 철학자다. 책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가로지르며 호기심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저자들은 뇌를 하나의 복잡한 네트워크로 바라본다. 서로 다른 정보가 연결되고, 새로운 경로가 생기며, 그 과정에서 생각의 도약이 일어난다. 호기심은 지식의 빈칸을 메우는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연결망을 만드는 움직임에 가깝다.
책은 위키피디아 사용자들의 활동 분석을 통해 호기심의 여러 유형도 소개한다. 정보를 두루 수집하는 '호사가', 하나의 관심사를 깊이 파고드는 '사냥꾼', 예상 밖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무용수'가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유형이 더 우월한가가 아니라, 각자가 자기 방식으로 세계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에지워커'는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기술과 경쟁하는 능력에서 찾지 않는다. 답을 더 빨리 찾는 일은 기계가 앞설 수 있지만, 경계를 넘나들며 의미를 만들고 관계를 새로 짜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이 책은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곧 연결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일임을 보여준다.
대니 바셋·페리 저른 지음 | 진정성 옮김 | 상상스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