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정책 바꾸고, 도시가 삶을 바꿨다" 성북구·부산의 실험

강원CBS 기획특집 <아이가 행복한 도시의 조건-춘천 아동친화도시의 미래>
성북구, 어린이·청소년의회·참여예산제로 '아동이 만드는 정책' 구현
세 차례 재인증 이끈 힘은 참여와 정책 환류 체계
부산, '당신처럼 애지중지'·들락날락으로 생활밀착형 정책 확대
어린이 교통비 무료화·182개 들락날락 운영…시민 체감도 높여

기자가 지난달 18일 성북구청에서 만난 임정희 아동청소년친화팀장은 "고등학교 시절 여름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참여했던 학생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도 다시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며 "축제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공동체 의식을 이어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 글 싣는 순서
① 놀 권리부터 정책 참여까지…춘천이 그리는 아동친화도시
② 아동이 정책을 바꾸고, 도시가 삶을 바꿨다…성북구·부산의 실험
③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도시의 품격을 말한다"

전국 최초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받은 '성북구'의 힘은 '참여'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는 단순히 아동 관련 사업을 많이 추진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아동의 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고, 그 변화가 아이들과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체감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이 같은 점에서 서울 성북구와 부산광역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목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두 지역 모두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재인증을 유지하며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성북구가 '아동 참여'와 '정책 환류'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부산시는 '생활밀착형 인프라'와 '체감도 높은 지원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북구는 2013년 전국 최초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한 이후 세 차례 재인증을 이어오며 국내 아동친화도시 정책의 선도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참여예산제 정책공유회. 성북구청 제공

성북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아동 참여다.

아동을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 성북구 아동정책의 출발점이다.

실제로 성북구는 어린이·청소년의회와 아동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운영위원회, 참여예산제 등을 운영하며 아동과 청소년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 참여예산제는 성북구를 대표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아동과 청소년이 직접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면 부서 검토와 정책 공유 과정을 거쳐 실제 사업으로 연결된다.

성북구는 이를 위해 매년 1억 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는 여름축제 '썸머비트' 역시 참여예산제를 통해 추진된 대표 사례다.

전문가들은 아동친화도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아동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성북구는 아동 참여의 제도화를 가장 먼저 실현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임정희 서울시 성북구청 아동청소년친화팀장 "고등학교 시절 여름축제를 직접 기획하고 참여했던 학생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도 다시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며 "축제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공동체 의식을 이어주는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참여예산제 실행(청소년 여름축제 썸머비트). 성북구청 제공

"의견을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정책 환류까지 구축

성북구는 참여를 제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권 중심 정책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청소년놀터는 집과 학교 가까운 곳에서 자유롭게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청소년운영위원회가 프로그램을 직접 제안하고 운영 개선 과정에도 참여하면서 이용자 중심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 동행카드 지원사업과 물놀이공원 조성, 아동청소년전용도서관 운영 등을 통해 문화·여가·놀이 환경도 확충하고 있다.

성북구가 최근 가장 중요하게 보는 과제는 '정책 환류'다. 아동 의견을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반영되지 않았다면 이유가 무엇인지를 다시 설명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재인증 과정에서도 성북구는 단순한 사업 실적보다 아동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아동의 의견이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정리하는 데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아동친화도시 정책이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정책 체계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병철 성북구청 아동청소년과장은 "아동친화도시는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아동의 의견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아동들이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 환류 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부산광역시 부산시청에서 제3차 부산광역시 아동친화도시 기본계획 시민토론회에 참여한 부산시 명륜초등학교 4학년 서하은 학생은 "부모님이 모두 맞벌이를 하셔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데, 부산시에서 일정 시간 강아지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외롭거나 무서울 때 큰 힘이 되고,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부산은 '체감형' 정책에 집중

부산시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부산시는 광역시 최초 아동친화도시 인증 경험을 바탕으로 재인증 과정에서 아동권리가 행정 전반에 반영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부모와 아이들이 직접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정책 추진에 힘을 쏟아왔다.

현재 부산시는 제2차 아동친화도시 조성 기본계획에 따라  △ 아동권리실현기반 조성 △ 안전과 보호  △ 건강과 보건  △ 놀이와 여가 등 4대 분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부산형 통합 늘봄 프로젝트인 '당신처럼 애지중지'는 부산을 대표하는 아동정책으로 꼽힌다.

0세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온 지역사회가 함께 돌본다는 개념으로, 부산시는 이를 위해 3대 전략 19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365열린어린이집 확대를 통해 시간제와 주말·공휴일, 24시간 긴급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어린이집 현장학습비와 특별활동비 지원으로 부모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는 아동의 권리 보장과 함께 저출생 대응 정책을 결합한 부산형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시청 1층에 마련된 부산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 진유정 기자

들락날락 182곳·어린이 교통비 무료…생활 속 변화 체감

부산시의 대표적인 체감형 정책은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이다.

아이들이 집 가까운 곳에서 독서와 디지털 체험, 놀이·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공간으로 2026년 5월 기준 조성형 110개소와 이음공간 72개소를 포함해 모두 18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들락날락은 기획 단계부터 아동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점도 특징이다.

아이들이 "넘어질 것 같다"거나 "좁아도 놀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자 바닥 충격 흡수재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동형 디지털 콘텐츠를 도입하는 등 실제 설계 과정에 반영했다.

전국 최초 어린이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도 부산을 상징하는 사업이다. 부산시는 2023년 10월부터 만 6세에서 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무료화 시행 전 20개월 동안 1280만 명이던 어린이 대중교통 이용객 수는 시행 후 같은 기간 2403만 명으로 증가했다.

다자녀가정 교육지원 포인트 사업 역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부산시는 초·중·고 자녀를 포함한 다자녀가정에 2자녀 가구는 연 30만 원, 3자녀 이상 가구는 연 50만 원의 교육지원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약 12만2천여 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부산시청 제공

부산시는 아동친화도시의 핵심을 '아동의 권리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혜임 부산광역시 아동과 담당자는 "아동친화도시는 인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아이가 행복하고 부모가 안심하며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의 성장을 지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생활밀착형 정책과 아동 참여 체계를 확대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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