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은 무엇을 배웠나…스타벅스 '탱크데이' 교육 내용 보니

신세계, 사회적 감수성·헌법 가치 강조한 비공개 사내교육
5·18기념재단 "핵심은 직원 아닌 경영진 태도와 조직문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5월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이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까지 역사 인식 교육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내용이 제한적으로만 공개되면서 실제 강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지난 6월 24일 사장단 회의에 앞서 계열사 대표들과 별도의 역사 인식 교육을 받았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6월 17일 이마트 부문 계열사 임원들과 스타벅스 코리아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진행했다. 스타벅스 매장 파트너들도 지난 6월 22일 오후 3시 영업을 조기 종료한 뒤 각 점포에서 교육 영상을 시청했다.

시민들과 5·18 단체 사이에서는 단순한 사과를 넘어 기업 내부에서 이번 논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교육이 이뤄졌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강의는 성균관대학교 교수진이 맡아 사회적 감수성과 기업 윤리, 올바른 역사 인식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감수성과 윤리기준'을 주제로 강의했다. 구 교수는 사회적 감수성을 기업의 말과 이미지가 특정 집단과 이해관계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파악하는 능력이자, 사회의 갈등과 상처, 기억과 금기를 알아차리는 능력으로 설명했다.

구 교수는 "사회적 감수성은 선의나 착한 마음만으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읽는 능력인 만큼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국내외 기업들의 마케팅 논란 사례를 소개하며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기업 내부 관점에 갇힌 의사결정, 매출 압박과 속도 중심 문화, 형식적인 승인 절차, 반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조직 구조 등을 꼽았다.

책임 있는 마케팅을 위해서는 기업의 가치와 윤리를 명확히 세우고 문제가 될 수 있는 표현이나 이미지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구 교수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사회적 감수성 점검 체크리스트를 만들기로 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사회적 기준은 계속 변화하는 만큼 이를 고정된 기준으로 여기지 말고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 매장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영주 기자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기업이 가져야 할 올바른 역사인식'을 주제로 강의했다.

오 교수는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는 기준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제시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가치가 현대사를 이해하는 기본 기준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오 교수는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을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으로 설명했다.

오 교수는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다"며 "기업 역시 국가와 사회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만큼 올바른 역사관과 인권, 평화의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강의는 교수들이 직접 진행했으며, 녹화본은 사내 교육 자료로 활용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성균관대 교수들의 강의는 사내 교육용으로만 활용하기로 한 만큼 외부 공개는 어렵다"며 "5·18 관련 논란은 경찰 수사 등 진상규명이 우선인 만큼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적절한 시점에 추가 입장을 밝히거나 광주 방문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은 신세계그룹 측이 '탱크데이' 논란을 단순한 마케팅 실수로 보지 않고 사회적 감수성 부족과 역사 인식의 문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교육의 진정성은 강의 내용 자체보다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 코리아가 실제 마케팅 의사결정 과정과 내부 검증 체계를 어떻게 바꿔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이번 논란이 일부 경영진과 의사결정 라인의 부적절한 판단에서 비롯됐음에도 전국 매장 파트너들까지 조기 영업 종료 이후 교육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번 사안의 핵심은 일부 직원들의 인식 문제가 아니라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인사들의 태도와 조직 문화에 있다"며 "단순한 직원 교육에 그칠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조직 문화를 실질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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