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내국세 자동연동 구조로 운용 중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에 대한 개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교육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교육교부금 개편이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과 더 촘촘한 교육 안전망 마련을 위해 내국세 연동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7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대한민국 교육감 협의회 회장),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 이한섭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실장, 유재준 서울대 교수, 강대중 서울대 교수,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교육교부금 개편 필요성에 대해 전문가 및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교부금 개편 논의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박홍근 장관 "내국세 형편 따라 급등락…내국세 20.79% 배분 구조 바꿔야"
박홍근 장관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내국세의 20.79%가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분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박 장관은 "학령 인구는 감소하고 새로운 교육 투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데 현행 20.79%의 내국세 연동 구조는 내국세 형편에 따라 연도별 교육교부금이 급등락하면서 교부금의 안정성에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많았다"며 "지금의 제도가 지속 가능한지, 한정된 재원을 더 효과적이고 균형 있게 활용할 방안은 없는지 짚어볼 시점이다"고 말했다.
교육교부금 축소 우려와 관련해서는 "미래교육 수요에 대응해 교부금 총액은 계속 늘리고 학생 1인당 예산도 계속 늘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부금의 변동성 완화와 교육 부문별 균형적 성장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며 "교부금 총액 및 학생 1인당 교부금의 지속 증가, 변동성 완화, 고등·평생교육 분야 및 국가인재 유출 방지 등 재투자, 학령인구 감소 반영 등의 개편 원칙 하에 합리적인 개편방안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교진 장관 "경제논리·효율성 중심 개편 진행 우려…내국세 연동률 유지해야"
하지만 최교진 장관과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공교육을 위해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최 장관은 "학생 수가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일방적 경제 논리나 수치상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교육교부금 개편이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교육을 단순한 지출로 바라보는 시각은 교육 안전망과 미래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 "교육재정 개편은 단순한 예산 삭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재원을 얼마나 지혜롭게 배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교육 혁신의 과정이 돼야 한다"며 "내국세 연동구조라는 틀을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일부 기준을 초과하는 재정이 있다면 영유아, 고등·평생 교육 전반으로 넓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논의되고 있는 교육재정 개편 방안에 대해 교육 현장의 우려가 크다"며 "교육교부금 법정 교부율 20.79%는 학생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유아와 고등·평생교육도 중요한데 이런 교육 수요를 기존의 초중등 교육 재정을 재분배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며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정책의 범위가 유아 교육뿐 아니라 고등교육 또는 평생교육까지 확대돼야 하고 특히 인공지능시대에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연계가 절실한 만큼 충분한 교육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재정 효율화 필요" vs "영유아·고등교육 등 교육재정 투자 패러다임 전환해야"
교육재정 효율화나 다른 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내국세 연동구조로 인한 자동이체가 올바른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국가채무 증가를 고려할 때 20.79% 유지시 미래세대가 과중한 부담을 지게 되는 만큼 정책환경, 정책 목표 등을 고려한 교부금 제도 개편과 함께 소규모학교 통합과 같은 재정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학생 수 감소 만으로 재정 축소를 설명할 수 없다"며 "교육교부금 제도는 공교육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국가 책임이자 안전망으로, 20.79%를 유지하되 급격한 증감에 대한 조정 장치를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한섭 전국교직원노조 정책실장은 "지난 10년간 학생 수는 14.6% 줄었지만 학급 수는 0.2%만 감소한 점을 고려할 때, 학령인구 감소가 교육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소멸위기에 놓인 농산어촌 등 소규모 학교의 안정적 운영과 대도시의 과밀학급 해소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동시에 다양한 교원 확보를 통해 교육의 질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재준 서울대 교수는 "현재 대학은 심각한 재정난으로 교육 환경 전반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고등교육법 제정을 통해 고등교육 예산을 GDP의 1% 수준으로 늘리고, 교육예산 전체의 틀을 바꿔 각 분야에 균형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대중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성인 평생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이 학령기 교육비의 1천 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가 전무하다"며 "학생뿐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재정 투자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영유아 교육에 대한 안정적 지원을 위해 교육교부금 지원 대상을 영유아까지 확대하고, 유보통합 3법의 조속한 개정과 영유아 교육의 지방단위 관리체계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국세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삼아 전국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되는 구조다. 최근 5년간 초중고 학생 수는 532만 명에서 484만 명으로 10% 가까이 줄어든 반면 교육교부금은 59조6천억 원에서 76조4천억 원으로 28% 늘었다.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 속에서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내년에는 교육교부금이 1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