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피크아웃' 공포 덮치나…연속 폭락장에 전망 엇갈려

코스피 5%대 급락…코스닥 지수는 10개월 만에 800선 아래로

연합뉴스

코스피가 5% 넘게 하락했고, 코스닥은 800선 밑으로 내려갔다.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 전쟁의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한국 증시 지수가 급격하게 꺾이는 모양새다. 일시적인 조정인지, 하락장이 이어질 것인지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 코스닥 동반 매도 사이드카… 코스닥 10개월만에 700대로 

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35% 하락한 7246.79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장 대피  203.83p(2.66%) 내린 7452.48에 거래를 시작했다. 미국 반도체주 급락 영향으로 개장 직후 낙폭을 확대해 오전 9시 3분에는 장중 3.96% 떨어져 7352.8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관이 8천억 이상 순매수에 나서면서 지수를 방어하면서 낙폭이 점차 줄어들며 반등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낙폭이 커지면서 오후 1시 31분 유가증권시장에 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올해 들어 33번째 사이드카 발동으로, 매도 기준으로는 17번째다. 발동 당시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64.64포인트(5.21%) 내린 1174.36을 기록했다.

거래소는 오후 1시 33분에 코스닥 시장에도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당시 코스닥150 선물 가격은 전일 종가보다 92.50포인트(6.31%) 내린 1372.60이었다. 코스닥150 현물지수도 99.09포인트(6.76%) 하락한 1365.13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의 사이드카는 올해 들어 18번째로, 매도 기준으로 7번째다.

코스닥 지수가 800선을 밑돈 것은 약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수급별로는 외국인이 홀로 336조 1천억원을 순매수하면서 14거래일만에 매수로 전환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347조 9천억원, 354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도체가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논란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데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 격화 소식이 하락폭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여파로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5% 넘게 급락해 코스피 하강폭을 키웠다. 삼성전자는 -6.25% 하락한 27만 7500원에 장을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6% 떨어진 206만 9천원으로 마감했다.

같은 하락에도 일본과 다른 상황…레버리지로 더 출렁였다

연합뉴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장 중 유입된 미군의 공습 확대 소식에 재차 하락을 보였다"며 "특히 이란이 쿠웨이트와 바레인 등에 있는 미군 시설 80여 곳에 대해 공격했다는 소식이 오후에 유입되자 낙폭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증시는 반도체 업종의 문제가 아닌 이란 리스크로 인해 수급적인 부담이 하락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장 급락 원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따른 변동성 증폭을 지목했다.

같은 시각 일본 닛케이 지수가 -0.7%대, 홍콩 항셍이 +2%대를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해 유독 코스피만 낙폭이 큰 이유는 한국 증시 고유의 요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주 중심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발(發) 수급 꼬임 현상이 심화한 데다 연속되는 조정 및 시간 단위 변동성 증폭에 대한 피로가 극대화하면서 지수가 반등할 때는 매도로, 하락 시에는 투매로 대응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요인이 실적과 펀더멘털이 작용하지 않는 합리적이지 않은 주가 급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한 연구원은 "코스피 7280 기준으로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6.3배까지 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밸류에이션상 저점으로 볼 수 있는 구간"이라면서 "설령 레버리지와 파생 수급 문제로 하락으로 슈팅(변동 폭 과대)이 나온다고 해도 현재 7천포인트 초반에서 추가로 하락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단순 조정이냐, 반도체 '피크아웃'이냐…엇갈리는 의견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번주 폭락이 단순한 조정인지, 하락장의 시작인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한국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주가 하반기에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 AI 우려는 소음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AI 적용분야 다변화로 150배 성장할 전망"이라며 장밋빛 예측을 이어갔다. AI 에어전트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주가 상승 여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실적 증가율이 정점을 통과할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하반기와 내년까지 계속 우상향하며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나 마진이나 실적 증가율과 같은 지표들은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과거 국면을 살펴보면 반도체 주가와 외국인 수급은 실적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적 증가율에 상당히 연동되어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즉, 영업이익 증가율이 내년에도 높겠지만 올해보다는 증가율이 둔화하기 때문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본 원인은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 속도가 내년에는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기로에 서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상황을 지적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이 2027년 이후를 의심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반등 역시 2분기 호실적 확인만으로는 부족하다. 높아진 3분기 허들을 넘는 리비전과 AI 설비투자 지속성에 대한 추가 정보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29.7원 내린 1498.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500원을 하회한 것은 지난 5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