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 운양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인도. 폭 10m가 넘는 넓은 보행로 한가운데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진 배롱나무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하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것은 초록빛이 아닌, 검게 말라 죽은 나무들이다. 껍질은 군데군데 벗겨졌고, 줄기는 깊게 갈라진 채 썩어가고 있다.
생기를 잃은 나무들이 줄지어 선 모습은 마치 폐허를 연상케 한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시민과 산책,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목이지만, '명품 가로수길'을 내세웠던 공간은 을씨년스러운 풍경으로 방치돼 있다.
인근 주민 윤희숙(40대·여) 씨는 "자녀들과 자주 걸어 다니는 길인데 시커멓게 썩은 나무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보기에도 너무 좋지 않다"며 "작년에는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다칠 뻔한 적도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식재 나무 절반 가까이 고사…'명품 가로수길' 무색
김포시가 2년 전 도시 미관 개선과 폭염 대비 그늘 조성을 위해 조성한 선형공원이 식재 나무들의 무더기 고사와 하자보수 분쟁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미관 훼손은 물론 안전사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시공업체와의 책임 공방으로 고사목을 여태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선형공원은 김포시가 2024년 추진한 선형공원 조성사업으로 같은 해 11월 준공됐다. 시는 경기도 예산을 포함해 시공업체에 총 2억 4천여만원을 지급했으며, 배롱나무 117그루와 느티나무 등을 식재했다.
당시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름철 배롱나무 꽃길 조성으로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열섬현상과 미세먼지를 줄이는 명품 가로수길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나무들이 꽃을 피우지 못한 채 하나둘씩 말라 죽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배롱나무 58그루와 느티나무 10여 그루가 고사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식재 수목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6월에는 고사한 배롱나무 한 그루가 강풍에 뿌리째 뽑혀 쓰러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후에도 말라 죽은 나무들이 갈라지고 부패한 채 방치되면서, 시민들의 민원이 김포시와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025년 6월 20일자 "김포시 운양동 인도서 폭우·강풍에 가로수 뿌리째 뽑혀"]
하자보수 책임 공방…썩은 나무 철거도 못하고 '제자리'
김포시는 자체 동해 예방사업과 경기도 나무병원 합동 현장점검 등을 실시해왔지만, 고사한 나무를 교체하지는 못했다.시공업체와의 하자보수 책임 공방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시는 이번 공사가 관련법과 계약 시방서에 따른 하자보수 대상인 만큼, 시공업체가 고사목을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은 조경식재 공사에 대해 하자 책임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방서에도 천재지변 등을 제외한 수목 고사에 대한 보수 책임이 명시돼 있다. 또 지역 내 다른 녹지공원 조성사업 역시 식재 식물의 유지관리와 하자보수는 시공업체가 맡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반면 시공업체는 관리 부실 책임이 지자체에 있다는 취지로 하자보수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는 업체가 가입한 전문건설공제조합에 1500만원 규모로 추산되는 일부 하자보수 이행을 요청한 상태다. 전체 복구 비용은 약 5천만원으로, 부족한 3천여만원은 시 예산으로 우선 집행하고 향후 업체를 상대로 법적 절차를 통해 환수할 방침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법적 절차를 고려하면 고사한 나무들은 증거 보존이 필요해 즉시 철거하기 어렵다"며 "시민들께 불편을 끼쳐 죄송한 마음이 크지만, 문제 해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