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이 "신속히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의혹 수사가 시작부터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마저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경찰이 공언한 '속도전'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행' 홍명보의 청문회 참석, 경찰 소환 기회 되나?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홍명보 전 감독 관련 고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이지만, 현재까지 고발인 조사 일정조차 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고발인 조사 이후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홍 전 감독이 청문회 참석을 위해 입국하더라도 조사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아 수사가 다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 전 감독은 고발 사실이 알려진 지난 2일 돌연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했다. 가족이 있는 LA 자택에서 장기간 체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에도 변수가 생겼다.
다만 홍 전 감독은 최근 측근에게 "국회 청문회에서 부르면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는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과정 등을 둘러싼 청문회를 오는 22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홍 전 감독과 지난 6일 사퇴한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 등을 핵심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홍 전 감독을 국내에서 조사할 수 있는 시점은 사실상 청문회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문회 일정이 오는 22일로 확정되더라도 입국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아 경찰이 그 전에 고발인 조사와 출석 요구 등 기본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홍 전 감독이) 22일 귀국한다 해도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고발인 조사와 증거 수집 등 앞서 마쳐야 할 절차들을 고려하면 청문회 전후로 출석 조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단 홍 전 감독에 대한 강제 수사는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양 변호사는 "피의자가 해외에 있더라도 (경찰이) 조사하기 위해 귀국과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며 "상당한 혐의가 인정되고,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해서 출석을 거부하면 지명수배·여권 무효 등 각종 절차를 통해 출석하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늦장 수사' 비판 직면한 경찰…"신속 수사 방침"
홍 전 감독 선임 의혹을 둘러싼 경찰 수사는 2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몽규 전 회장과 이임생 전 축협 기술총괄이사 등이 홍 전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 고발된 것은 지난 2024년 7월이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의혹 사건 역시 같은 해 2월 고발된 뒤 2년 반 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이에 서울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23일 이 전 이사의 업무방해 혐의 고발 사건과 관련해 신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수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이 부진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축협과 홍 전 감독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어처구니없는 일",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경찰은 종로경찰서에 계류 중이던 관련 사건 8건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첩했다. 최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홍 전 감독을 고발한 사건까지 더해 금수대는 현재 총 9건을 수사하고 있다.
사건이 2년 가까이 지연된 끝에 이첩되면서 경찰은 '뒷북 수사', '늦장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건 판단에 참고할 수 있는 (행정 소송) 결과를 기다린 부분이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고 빨리 결론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지난 4월 23일 대한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홍 전 감독 선임 과정과 관련해 정몽규 전 회장을 중징계하라는 문체부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하며 축협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최근 홍명보 전 감독이 고발된 사건에 대해서는 우선 법리적인 면을 면밀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축구협회 관련 모든 사건을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은 명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