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도시의 품격을 말한다"

강원CBS 기획특집 <아이가 행복한 도시의 조건-춘천 아동친화도시의 미래>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지역에서 실현하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은 목적 아닌 출발점"
저출생·지방소멸 시대 지역 재생의 해법…"아이를 키우기 좋은 도시가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
"아동은 정책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 행정 전반에 아동의 목소리 반영해야
강원은 도시와 농촌의 과제가 달라… 지역 특성 반영한 맞춤형 정책·광역 지원 필요
넬슨 만델라 "그 사회가 아동을 대하는 방식보다 그 사회의 영혼을 더 예리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

지난 2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만난 류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권리실장(사진 왼쪽)과 최현주 아동권리실 아동친화사회팀장(사진 왼쪽 두번째)은 아동친화도시 인증은 목적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아동이 실제로 행복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글 싣는 순서
① 놀 권리부터 정책 참여까지…춘천이 그리는 아동친화도시
② 아동이 정책을 바꾸고, 도시가 삶을 바꿨다…성북구·부산의 실험
③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도시의 품격을 말한다"

아동친화도시는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시설을 늘리거나 복지사업을 확대하는 정책이 아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바탕으로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아동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행정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저출생과 지방소멸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아동친화도시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도시를 넘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미래 전략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은 목적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아동이 실제로 행복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기자가 지난 2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관계자와 만나 아동친화도시의 의미와 인증 기준, 저출생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취지에서 시작된 제도인가요?
 
A.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Child Friendly Cities)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지역 차원에서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989년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협약으로 아동의 권리를 규정한 국제인권협약입니다. 우리나라도 1991년에 이 협약을 비준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4대 권리인 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이 아동이 실제로 살고 있는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구현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 지방정부를 이 협약의 이행주체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는 1996년에 시작되었고, 한국에서는 2013년부터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성북구를 시작으로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아동을 위한 시설을 늘리거나 개선하자는 관점을 넘어서서 지역사회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아동의 관점을 반영하도록 바꾸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동을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능동적인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동이 권리의 주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행정체계내 그 절차가 반영되는 것이 아동친화도시가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Q. 최근 전국적으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동친화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2026년 7월 기준, 129개 지자체가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를 조성하고 있으며 그 중 113개 지자체는 인증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후보들이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까지 이어졌을 경우 실제 추진을 위한 문의도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는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아동과 가족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지역의 생존 전략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인증 자체가 지역의 정책 역량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Q.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는데요. 유니세프가 실제 인증 과정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인증은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저희가 실제로 주목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아동을 지역사회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는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아동참여 구조가 제도화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동의 의견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기적인 채널을 통해 지자체 내부에서 다뤄지고 있는지를 보고 있습니다. 아동의 의견이라고 해서 모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동이 제시한 의견을 성인이, 지자체 관계자가 듣고 그것을 신중히 검토하고 반영을 하는 과정, 반영이 되지 않더라도 왜 반영할 수 없었는지를 아동에게 피드백하는 과정을 '환류'라고 부르며 이 과정이 행정체계내 작동하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둘째는 부서 간 협력이 작동하고 있는가입니다. 아동 정책은 복지, 교육, 도시계획, 문화 등 여러 부서에 걸쳐 있기 때문에, 전담부서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아동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실질적 조정기구가 있는지, 그 기구가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기구에 단체장이 얼마나 힘을 실어주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셋째는 예산이 아동을 위해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입니다. 아동친화도시의 변화는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중요한 점을 꼽으려면 이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제공

Q.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재인증을 받은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확한 용어는 '인증갱신'입니다. 인증갱신 과정에서 자주 지적되는 부분은 앞서 말씀드린 아동참여의 활성화, 그리고 지자체 내부의 총괄 기능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형식적인 연례행사로 굳어버리는 경우가 많고, 내부정책조정기구 또한 대면보다는 서면회의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전담인력 교체 문제도 자주 지적됩니다.

지자체는 인사이동이 잦습니다. 아동친화도시 업무는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아동과 아동권리에 대한 이해과 전문성도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인사이동이 자주 일어날 경우 전담인력의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는 대면심의 과정에서 단체장 인터뷰를 통해 전담부서와 전담인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내부정책조정기구를 직접 챙겨주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위해서는 먼저 '아동권리의 관점'이 행정체계내 내재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보여주는 예시가, 계속 강조되고 있는 아동참여 과정입니다. 미인증 지자체의 경우, 아동의 관점이나 아동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구조적 절차가 없지만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 인증의 조건으로 이러한 구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영역에서 뚜렷한 차이가 보여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지방자치단체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며, 심사에서는 무엇을 중점적으로 평가합니까?
 
인증 심의는 서면심의와 대면심의로 구분됩니다. 인증을 신청하시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심의를 위한 기준을 지자체가 갖추었는지 사전검토를 진행하며, 지자체가 기준을 충족하였을 경우, 심의위원회에 의한 서면심의가 진행됩니다. 서면심의에서 기준점수를 획득한 지자체는 최종 대면심의가 진행되며, 이때는 단체장 인터뷰가 필수로 진행됩니다. 대면심의에서 인증이 결정됩니다.

심의위원회는 아동권리, 아동복지, 사회복지, 교육, 법률, 예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됩니다. 심의는 단순히 서류의 완성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아동권리 증진을 위해 실제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Q. 아동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앞으로 어떤 관점에서 아동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이들이 줄어들수록 정책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숫자가 적다는 것은 한 명 한 명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아동 정책이 양적 공급, 즉 시설을 짓고 프로그램을 늘리고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아동의 필요에 맞는 질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놀이터나 공원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서 그 곳에 아동이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아동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지원도 함께 마련되는 차원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 아동정책을 저출생 대응의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아동의 권리와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동정책의 목적이어야 합니다. 그 관점이 바로잡히고, 그것이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될 때 더욱 효과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Q. 강원특별자치도는 넓은 생활권과 지역 간 여건 차이 등 다른 지역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에서 아동친화도시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강원도는 지리적으로도 넓고 지역 간 격차도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일반적인, 표준화된 접근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각 지역의 현황, 실태를 먼저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아동이 실제로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이동 수단을 이용하는지, 이동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실제 어떠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를 지역 현황과 맥락에 맞춰 살펴봐야 합니다. 이 경우, 기초자치단체의 규모(예산, 인력)으로는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는 광역 차원에서 이러한 현황 파악과 실태조사를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심의를 진행하면서 비교해 보았을 때, 도시 지역의 아동 문제가 과밀, 경쟁, 안전 위협, 놀이 공간 부족이라면, 농촌 지역의 문제는 이동권, 서비스 접근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친화도시 심의 기준 중 하나가 정책, 조례 등에 지역 특수성이 반영되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형식이나 방법론이 동일해야 한다기 보다, 아동친화도시의 철학이 일관적으로 유지되면서 각 지역 상황에 맞는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소멸 위기 지역에서 아동친화도시는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 재생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태어날 아동을 위한 지원(임신, 출산 지원)과 더불어 이미 태어난 아동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 집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아동친화도시 거버넌스를 통해 미리 진단하고(아동정책영향평가, 아동권리독립기구 등) 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으며 아동과 보호자를 위한 인프라를 조성함으로써 이 지역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지역이라는 인식을 높여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동과 그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보다, 지역사회 인프라를 조성하는 정책의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합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제공

Q. 아동친화도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황을 점검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 지자체 행정체계 내 아동을 얼마나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지 아동 관련 예산, 인력 등을 점검하고 또 지역 아동의 현황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아동이 처한 환경, 그리고 지금 아동들이 어떤 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성인의 시각이 아닌, 아동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심의위원회에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단체장이 아동친화도시를 우선순위에 올려놓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예산, 인력 배분이 달라지고, 부서 간 협력의 강도가 달라지고, 담당 공무원들의 사기도 달라집니다.

좋은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단체장이 직접 관심을 갖고 챙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단체장 한 사람의 의지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취약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제도화입니다. 단체장이 바뀌어도 정책이 지속될 수 있어야 진정한 아동친화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끝으로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10년 뒤에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는가'보다 '이 지역에서 아이들이 실제로 행복한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증은 '아동이 행복한 도시'라는 목표를 향한 도구이지 목적 자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동이 지역사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는 사회를 기대합니다. 학교 앞 신호등 하나를 바꾸는 것에도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아동이 직접 참여하는 예산제도도 도입되고, 아동 관련 현안을 다루는 자리에 아동 대표가 참석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그런 일상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그리는 10년 후의 모습입니다.
 
아동친화도시는 아동만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아동이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는 고령자도, 장애인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입니다. 아동의 의견이 존중받는 공동체는 모든 구성원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공동체입니다. 아동친화도시를 만드는 일은 결국 모두가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입니다.

넬슨 만델라는 "그 사회가 아동을 대하는 방식보다 그 사회의 영혼을 더 예리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지역사회에서 아동을 대하고, 존중하는 방식을 통해 그 지역사회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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