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는 살해 협박, 손흥민은 따뜻한 격려"…日 기자가 짚은 한국 축구의 모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과 일부 선수들이 30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잔혹한 성적표를 받아 든 한국 축구에 대해 일본 언론이 구조적인 문제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전술적 실패를 넘어 대회 기간 대표팀 내부를 뒤흔든 '보이지 않는 균열'이 결국 파국의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이다.

일본 스포츠 매체 '넘버웹(Number Web)'은 지난 6일 한국 대표팀을 멕시코 현지에서 밀착 취재한 재일 축구 전문기자 신무광 씨의 3부작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미즈노 스포츠라이터 최우수상 수상자인 신 기자는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 원인을 다각도로 짚어냈다.

특히 신 기자는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이 제기한 '대표팀 내 불화 의혹'이 현지 분위기와 상당 부분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진 의원은 대한축구협회 비리제보센터를 통해 미디어 인터뷰 보이콧에 대한 이견이 손흥민과 이재성의 선발 제외로 이어졌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갈등의 시발점은 지난달 7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훈련장이었다. 당시 일부 취재진이 손흥민의 병역 특례를 조롱하는 대화를 나눴고, 이 음성이 한 방송사의 유튜브 중계를 통해 그대로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분노한 선수단은 체코와의 조별리그 1차전 승리 이후 인터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사태는 외신인 '디 애슬레틱' 등에 보도될 만큼 파장이 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전 감독 및 일부 선수들이 귀국한 30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축구팬들이 '홍명보 나가' 를 외치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문제는 보이콧 기간을 둘러싼 선수단 내부의 시각 차이였다. 주장 손흥민과 이재성은 보이콧 유지를 주장했으나, 다른 일부 선수들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장기간 미디어를 기피하는 것에 반발했다. 이후 기자단 대표가 선수단에 사과하는 이례적인 일도 있었지만, 비정상적인 취재 거부는 일주일간 지속됐다. 신 기자는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는 명백히 불필요한 잡음이었다"고 짚었다.

이러한 불편한 공기는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신 기자는 미디어와의 갈등 속에서 치러진 멕시코전에서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수 이기혁의 치명적인 실책이 터졌다고 지적했다. 경기 종료 후 라커룸에서 홍명보 감독이 보이콧 종료를 지시했으나 손흥민과 이재성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특히 이재성은 당시 도핑 테스트로 인해 물리적으로 참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내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 기자는 "당사자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만큼 이 일만으로 갈등이나 내분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감독은 팀의 질서를 지키려 했고, 주장은 선수들의 분위기를 대변하려 했다. 두 사람의 책임감 때문에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실패 요인에 대해 "미디어와의 갈등, 스타 선수 의존, 세대 간 거리감, 축구협회를 둘러싼 불신이 극한의 무대에서 한꺼번에 폭발한 결과"라고 총평했다.

홍 감독의 책임과 결단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 비기기만 해도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었던 남아공과의 최종전에서 홍 감독은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는 도박을 감행했다. 상대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손흥민을 투입하는 것이 팀과 선수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으나, 한국은 남아공의 조직적인 수비를 뚫지 못한 채 0-1로 패하며 탈락이 확정됐다. 신 기자는 "남아공전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실패였으며, 팀을 끝까지 하나로 묶지 못한 책임 역시 감독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2026북중미월드컵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그러면서도 신 기자는 귀국길 공항에서 쏟아진 야유가 모두 공정한 비판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귀국 당시 홍 감독은 살해 예고까지 등장해 경찰 경호를 받는 등 거센 비난을 받은 반면, 하루 뒤 귀국한 손흥민은 팬들의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 이에 대해 "패배한 감독은 모든 비난을 떠안았고, 패배한 스타는 여전히 영웅으로 환영받았다"며 "누가 선이고 악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이 대비야말로 한국 축구가 안고 있는 모순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서술했다.

에이스 손흥민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대표팀의 얼굴로 헌신해 왔다"면서도 "그 존재감이 너무 커진 탓에 한국 축구는 '손흥민 중심 체제'를 유지할 것인가, 혹은 그 의존도에서 벗어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결단을 계속 미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34세가 된 손흥민은 과거 프리미어리그를 휩쓸던 폭발적인 스피드에 분명한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며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 최전방에 고립됐던 모습을 짚었다.

결국 홍 감독은 이 두 경기에서 모두 손흥민을 조기 교체했고, 남아공전에서는 아예 벤치에서 출발시키는 결단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신 기자는 "어쩌면 홍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그 결단을 내리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남아공전이 바로 그 결단의 증거였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신 기자는 "멕시코에서 한국 대표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답은 하나가 아니다"라며 "한국 축구를 위해 떠난 홍명보도, 앞으로도 대표팀의 상징으로 남을 손흥민도 승자는 아니다. 한국 축구 앞에는 여전히 무거운 현실이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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