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佛 아비뇽서 "개인과 정치의 글쓰기 따로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첫 외부 활동
"반복되는 폭력과 끝나지 않는 애도 다뤄"

작가 한강이 12일(현지시간) 제80회 아비뇽 연극 축제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이 프랑스 아비뇽 연극 축제에서 "정치적 글쓰기와 내면적 글쓰기는 나뉘지 않는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안내 등에 따르면 한강은 제80회 아비뇽 연극 축제 부대 행사로 마련된 '작가와의 대화'에 참석해 자신의 작품 세계와 문학관을 설명했다.

올해 아비뇽 연극 축제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했다. 아비뇽 페스티벌에 한국 작품이 공식 초청된 것은 28년 만이며, 한강도 주요 인사로 초청됐다.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공개적인 외부 활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강은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이후 자신을 '정치적 작가'로 보는 시선에 대해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마치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것도 굉장히 정치적인 소설이고, '소년이 온다'는 사람들이 사회적 소설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제게는 굉장히 개인적인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도 "역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내면을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이 한국 현대사의 특정 사건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보편적인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전 역사에 걸쳐 인간들이 반복해서 저지르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폭력이 지나간 자리에 언제나 남게 되는 작별하지 않는 사람들, 애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며 "오직 한국 역사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의 또 다른 핵심어는 '연결'이었다. 한강은 "우리가 문학을 읽으면 삶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며 "그 생생함이 우리를 삶을 옹호하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감정을 다루는 문학이라 해도, 그 작품을 읽는 동안엔 작가와 독자가 연결되면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가장 절망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문학도 우리를 삶으로 한 발 더 이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작가 한강이 12일(현지시간) 제80회 아비뇽 연극 축제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은 자신의 대표작들에 대한 짧은 설명도 남겼다.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는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소설"이라며 "바다 아래에서 촛불을 밝히는 이야기이자 눈보라를 해치고 새 한 마리를 구하러 가는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차갑지만 뜨거운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주인공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거부하고 인간이란 사실도 거부하며 식물이 되고자 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이 "자기 파괴로 가는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연한 의지를 끝까지 가져가는데 그것이 죽음에 다가가는 아이러니를 가진 인물을 다룬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철학적 작가로 정의하느냐는 질문에는 "한 가지 질문을 하면 다음 질문이 생겨나서 질문이란 게 끝나지 않는다"며 "계속 질문하는 소설들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을 "질문하는 작가"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강은 "쓰고 싶은 소설이 3개 있는데 저는 빨리 완성하지 못하는 편"이라며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얘기하면 신비로움이 사라지니 '쓰고는 있다' 정도로 말하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도 참석했다. 위페르는 오는 15일과 16일 한국 배우 이혜영과 함께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한 낭독 공연에 참여한다.

한강은 행사 중 '작별하지 않는다'의 일부를 직접 낭독했으며, 대담 이후에는 현장에서 즉석 팬 사인회도 가졌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공개 석상에 좀처럼 나서지 않았던 한강의 첫 공식 활동인 만큼, 현장에는 그의 말을 직접 듣기 위한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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