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그럴듯한 말에 쉽게 기대고, 유명인의 이름이 붙은 문장을 곧잘 믿게 될까.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오랫동안 명언처럼 소비돼온 말들의 출처와 맥락을 추적하는 책이다. 저자는 단순히 "이 말은 진짜다, 가짜다"를 판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어떤 말이 어떻게 와전되고 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살핀다.
책은 한 줄의 헤드라인으로 굳어진 명언, 과장과 생략으로 덧칠된 일화, 원래 뜻과 다르게 소비된 고전의 문장들을 해부한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이의 말로 알려진 일화부터 괴벨스, 플라톤, 단테, 링컨, 볼테르, 앤디 워홀, '스파이더맨'을 둘러싼 말들까지 동서고금의 유명한 어록 20개를 다룬다.
저자는 말의 진위를 밝히는 과정에서 더 중요한 것은 오해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라고 본다. 명언은 대개 우리에게 위로와 확신을 준다. 그러나 그 편리함 때문에 우리는 맥락을 지우고, 생각보다 문장을, 문장보다 유명인의 이름을 먼저 기억하게 된다. 그 결과 오해는 상식이 되고, 날조는 교양처럼 떠돌게 된다.
책은 잘못된 인용의 역사를 통해 우리 자신의 태도도 돌아보게 한다. 사람들은 때로 듣고 싶은 말을 사실로 만들고, 믿고 싶은 생각을 진실처럼 받아들인다. 저자는 명언을 둘러싼 왜곡이 단순한 실수나 무지가 아니라, 말에 기대어 생각을 멈추려는 우리의 습관과도 관련 있다고 짚는다.
박강수 지음 | 북트리거
'인간 생존 연구소'는 몸속 생체 분자들이 인간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협력하는지 흥미로운 사례와 비유로 풀어낸 책이다.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생화학과 약리학을 가르치는 교수인 저자는 인간의 몸을 수십억 년의 생명 역사가 검증한 생존 시스템으로 설명한다.
책은 우리가 몸에 대해 흔히 갖는 오해를 하나씩 걷어낸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만 알려진 아드레날린은 위기 상황에서 몸을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비상 신호이고, 붓고 열나는 염증은 몸이 손상 부위를 회복하기 위해 치르는 과정이다. 도파민 역시 단순한 쾌락 물질이나 '디톡스' 대상이 아니라 보상과 학습, 동기를 가능하게 하는 생존 장치로 설명된다.
저자는 생활 속 비유를 통해 복잡한 생명과학을 쉽게 전달한다. 갑상샘 호르몬은 대사의 가속 페달에, 혈당 조절은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에, 위장관은 몸속 국경을 지키는 자치 정부에 비유된다. 커피잔과 도넛의 구조를 통해 입에서 항문까지 이어지는 위장관을 설명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인간 생존 연구소'는 검증되지 않은 건강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몸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 콜레스테롤, 염증, 도파민, 탄수화물처럼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나뉘기 쉬운 주제들을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읽게 한다.
박치욱 지음 |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