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사고로 숨진 노동자의 수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가장 낮은 기록을 경신했다.
1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잠정)는 253명(232건)으로, 202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의 287명(278건)에 비해 사망자 수는 34명(11.8%), 사고 건수는 46건(16.5%)씩 줄어들어, 역시 역대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2022년부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사고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하고 있다. 업무로 인한 사망사고 중, 개인지병 등 사업주의 '법 위반'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산업재해 조사 대상에 오른 사망사고들이다.
그동안 숨진 노동자의 유족에 대한 산재보험 보상 여부를 승인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해 실제 사고 시점과 시차가 발생하는 산업재해통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고 현황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한 통계다. 다만 최종 조사 결과 산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될 사고도 포함될 수 있다.
사업장 규모로 쪼개봐도 전체 업종의 상시근로자 수 50인 또는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 사고사망자는 4명(3.6%, 14건) 소폭 감소해 107명(88건)으로 떨어졌는데, 50인(억) 미만 사업장에서는 146명(144건)으로 30명(17.0%, 32건)이나 감소했다.
특히 산재 사각지대로 꼽히는 5인(억) 미만의 소형 사업장에서 67명(67건)이 숨져 21명(23.9%, 21건)이나 감소해, 비교적 안전체계가 미비했던 작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이끈 점이 눈에 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평소 전체 사고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곤 하던 건설업의 경우 33명(23.9%, 27건) 감소하며 105명(103건)에 그쳐, 전체 사망자 중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노동부는 단순히 최근 건설 경기가 악화돼 일감이 줄고 현장이 감소한 탓에 사고사망자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동부 이민재 실장은 "건설 현장 수는 지난 4~5월 기준, 지난해보다 약 13만 개소(13.4%) 증가했다"며 "건설 경기는 지난해가 더 나빴다. 또 경기가 좋지 않다고 사고사망자가 줄고, 경기가 좋아진다고 사고사망자가 증가하는 정비례 관계가 꾸준히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기타 업종의 사망자 수도 56명(54건)으로 26명(31.7%, 28건)이나 크게 줄었다.
반면 제조업은 25명(37.3%, 9건) 증가해서 총 92명(75건)에 달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오영민 안전보건감독국장은 "지난 3월 발생했던 대전 자동차 부품업체 안전공업 화재 사고와 지난달 일어난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사고의 영향이 컸다"며 "사고 유형을 살펴봐도 화재 폭발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업장 규모와 업종을 교차해 살펴보면 다른 곳에서는 모두 감소한 반면, 50인 이상 제조업 사업장에서만 57명(40건) 목숨을 잃어 홀로 29명(103.6%, 13건)이나 급증했다.
사고 유형으로 보면 떨어짐이 129명(129건)에서 84명(84건)으로 45명(34.9%, 45건)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화재·폭발의 경우 16명(11건)에서 32명(13건)으로 급증해 사망자 수가 2배로 뛰었다.
이 외에도 물체에 맞음(25명, 25건), 끼임(22명, 22건), 질식·중독(4명, 4건) 등 대부분 유형에서 감소한 가운데, 깔림·뒤집힘(34명, 34건)과 기타(25명, 23건)는 증가했다.
특히 깔림·뒤집힘 사고의 경우 16명(16건)이나 증가했는데, 이에 대해 이 실장은 "넘어지면서 철골에 깔리거나 낙하물, 화물 뒤집힘 등에 깔리는 경우도 많다"며 "이처럼 제조업 현장에서는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특별한 한두 가지 이유를 지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광역지자체로는 경기(49명), 경북(28명), 경남·대전(각 22명), 서울·전남(각 21명), 충남(17명), 인천(15명), 강원(14명), 부산(12명) 순으로 사망자가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와 증감을 비교하면 경기(-11명), 서울(-10명), 대구(-8명) 등은 감소했지만, 대형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던 대전에서는 18명이나 늘었고, 인천(+10명), 전남(+2명)에서도 늘었다.
총 253명의 사고사망자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는 31명으로 전체 사고사망자의 12.3%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7명 줄어든 결과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에서 7명(-38.9%), 기타업종은 4명(-50.0%) 감소했지만, 제조업은 4명(+33.3%) 증가했다.
이처럼 사고사망 노동자 수가 줄어든 까닭에 노동부는 "정부의 중대재해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현장에 확산되고, 고위험 사업장 9만 9천여 개소를 대상으로 점검·감독을 확대했다"며 "이와 함께 지방정부·관계부처·민간 기관과 협업해 소규모 취약 사업장까지 기술·재정 지원, 컨설팅 등이 도달하도록 노력을 강화한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결국 현장에서 노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제일 중요하고, 노력하면 실제로 사망사고가 줄어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늘 일하던 대로 일하거나, 나 하나 조심한다고 사고가 줄어들겠느냐고 하면 감소할 수 없다. 하지만 노사가 현장에서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그만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정부는 하반기에도 산재 사망사고 감소세를 이어가도록, 여전히 사고 유형 중 가장 비중이 큰 떨어짐 사고와 관련해 작업 전 기술·재정 지원을 강화하고, 작업 중 떨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수칙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면 행·사법조치를 반드시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1천여 명 규모의 '안전한 일터 지킴이'를 활용해 떨어짐 등 위험 요인을 집중 지도하고, 고위험·미개선 사업장은 기술지원과 점검·감독을 연계할 방침이다. 특히 건설업 중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지붕 공사, 달비계 작업은 지역별 협회·구인 사이트 등을 통해 세밀하게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여름철 폭염에 대비한 현장 점검과 온열질환 예방 활동을 병행해 계절적 위험 요인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크게 증가한 제조업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재 반복 발생 사업장 및 군용화약류 취급 사업장에 대해 감독·점검을 실시한다. 또 밀폐공간 질식사고를 예방하는 3대 안전수칙에 대해 200개소를 집중 감독하고, 끼임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조업 집중 점검 주간'을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