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가 멈추자 고대 그리스가 열렸다

유시민, 이베리아 네 도시를 걷다…'유럽 도시 기행 3'

교양인 제공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대 그리스 문명이 펼쳐진다.

그리스의 고고학자 테오도로스 파파코스타스의 '엘리베이터에 갇힌 고고학자'는 낯선 고고학자와 엘리베이터에 갇힌 상황을 설정해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고고학을 유쾌한 대화로 풀어낸 책이다.

책은 350만 년 전 선사 시대부터 로마 제국 시대까지,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된 고대 그리스 세계를 따라간다. 미노타우로스 신화와 미노아 문명, 미케네의 성채와 점토판, 호메로스의 서사시, 아테네 민주주의,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알렉산드로스 대왕, 헬레니즘과 로마 시대까지 장대한 흐름을 한 편의 이야기처럼 엮는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를 박물관 진열장 속 유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세계로 되살린다. 혼인을 위해 이집트로 향했을지 모를 미노아 공주, 점토판에 회계 기록을 남긴 미케네 서기들, 전쟁터에서 방패를 버리고 달아난 시인, 소크라테스의 말을 받아 적었을지도 모를 제화공 시몬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책의 매력은 고대 그리스의 찬란함만을 보여주지 않는 데 있다. 파파코스타스는 민주주의와 철학, 연극, 건축, 예술의 탄생을 설명하면서도 전쟁과 학살, 인간 희생, 여성에 대한 편견, 신화 속 폭력성 같은 어두운 면도 함께 짚는다. 고대 사회를 오늘의 기준으로 쉽게 재단하지 않되, 그 성취와 한계를 함께 바라보게 한다.

고고학 자체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다. 유물은 어떻게 발굴되는지, 연대는 어떻게 측정하는지, 같은 유물을 두고 왜 학자마다 해석이 달라지는지를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저자는 고고학을 "인류의 집단 정신 상담"에 비유하며, 과거의 흔적을 통해 오늘의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으로 소개한다.

테오도로스 파파코스타스 지음 | 강경이 옮김 | 교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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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3'은 유시민 작가의 유럽 여행 에세이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이번 편에서 작가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뽀르투를 찾아 도시의 역사와 예술,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책은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훑는 여행기가 아니다. 유시민은 광장과 미술관, 시장과 성당, 골목과 강변을 천천히 걸으며 각 도시가 왜 지금의 얼굴을 갖게 됐는지 묻는다. 제국의 영광과 몰락, 내전과 독재, 혁명과 재건의 시간을 통과한 도시들이 품은 자부심과 상처, 슬픔과 유머, 결핍과 환대가 책 곳곳에 스며 있다.

마드리드에서는 프라도 미술관과 고야의 그림을 통해 예술과 정치, 인간 이성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작가는 궁정화가로만 알았던 고야에게서 권력과 금기에 맞선 예술가, 세속의 집착을 벗어던진 철학자의 얼굴을 발견한다. 제국의 광장이 시민들이 만나고 먹고 마시며 웃는 삶의 터전으로 바뀐 풍경도 함께 읽어낸다.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의 건축과 광장의 풍경, 골목의 리듬이 중심에 놓인다. 야자수 아래 뛰노는 아이들, 커피를 마시는 노인, 플라멩코 공연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저녁이 깃든 광장은 작가에게 도시가 품은 평화와 흥겨움을 보여준다. 이슬람과 기독교, 지중해 문화가 뒤섞인 이베리아반도의 독특한 매력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리스본과 뽀르투에서는 대항해 시대의 영광 이후 유럽 변방으로 돌아온 포르투갈의 시간이 펼쳐진다. 작가는 리스본의 까르무 성당 폐허에서 대지진의 흔적을 보고, 파두가 울리는 골목에서 슬픔과 위로가 뒤섞인 도시의 정서를 느낀다. 복원되지 않은 폐허, 소박한 성당, 느긋한 사람들의 표정은 화려한 랜드마크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

'유럽 도시 기행 3'이 주목하는 것은 도시의 거대한 유산만이 아니다. 작가는 그곳 사람들의 표정, 저녁의 광장, 골목의 소음, 한 잔의 와인, 낡은 성당 안의 침묵을 통해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담아낸다.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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