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소설 '귀신들의 땅'으로 알려진 천쓰홍의 자전적 에세이 '아홉 번째 몸'은 타이완 장화현 용징의 시골 마을에서 아홉째 아이로 태어난 저자가 성소수자이자 작가, 배우, 디아스포라로 살아가기까지의 시간을 기록한 산문집이다. 제목은 집안의 아홉 번째 아이였던 자신의 위치에서 비롯됐다.
천쓰홍은 아들이라는 이유로 누나들보다 더 많은 기대와 혜택을 받았지만, 가부장적 질서는 동시에 큰 부담이 됐다.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일찍 깨달은 그는 보수적인 가족과 시골 공동체, 군사주의적 학교 문화 속에서 자신의 몸이 겪은 억압과 상처를 되짚는다.
그에게 문학은 탈출구였다. 책을 좋아한 누나들이 모은 잡지와 책을 읽으며 글쓰기의 세계에 들어섰고, 문학 캠프와 대학 생활을 거치며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타이베이에서 민주주의 운동과 젠더 이슈를 접하고, 베를린으로 이주해 성소수자이자 이민자, 작가로서의 삶을 확장해 간다.
책은 가족사와 성 정체성, 학교와 군대의 폭력, 몸에 대한 사회적 편견, 디아스포라의 감각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나는 나 자신을 활짝 열고, 그것을 감당하고, 말하고, 글로 쓰고자 한다"고 밝히며 자기 몸을 해부하는 글쓰기를 시도한다.
'아홉 번째 몸'은 한 개인의 고백을 넘어 타이완 사회의 가부장제와 억압, 성소수자 차별, 이주와 자유의 문제를 함께 비춘다. 상처를 숨기지 않고 유머와 위트로 끌어안는 천쓰홍의 문장은, 고통의 기록을 자기 해방의 글쓰기로 바꿔낸다.